10년 만의 한 집 살이, 시작합니다
오늘부터 1일이다. 남동생과의 동거가 시작됐다. 이젠 남동생이 아니라 남편을 집에 들여야 자연스러울 나이지만 나는 무촌이 아닌 이촌의 남자와 함께 살게 되었다. 우리는 세포 시절에 살았던 엄마의 자궁부터 고등학교 때 살았던 월세집까지 17년간 같은 주소지를 공유했다. 그 후로 따로 지낸 지가 10년이다. 햇수로는 떨어져 지낸 시간이 더 짧지만 성인이 된 후의 10년은 많은 것이 달라지기도 굳어지기도 하는 시간이다. 그렇기에 오랜만에 함께 살게 된 이 남자는 호적만 공유할 뿐 낯선 이나 다름없다. 아직 서로를 잘 모르는 두 사람이 만나면 서로를 탐색하고, 알아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엄마가 양손 무겁게 들려 보낸 반찬을 차린 저녁 밥상 앞에 마주 앉은 우리는 마치 소개팅에 나와 첫 만남을 가지는 남녀처럼 서로의 MBTI와 좋아하는 음식을 물었다. 이게 지금 남동생이랑 나눌 이야기인가. 내 동생은 INFP, 글쟁이를 꿈꿨던 예술가답다. 그의 최애 음식은 만두.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부대찌개도 좋아한다고 했다. 가리는 것은 없지만 해삼은 어려워한다고. 해삼 먹을 일은 흔치 않으니 밥상을 차릴 때 유의해서 챙겨야 할 것은 없겠다. MBTI와 식성은 가장 문턱이 낮은 대화 주제이다. 그동안 묻지도, 나누지 않았던 가볍고 무거운 주제들이 많다. 취미는 무엇인지, 다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불편한지, 어떨 때 행복을 느끼고 불행하다 느끼는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과연 우리 가족은 회복될 수 있을지, 너는 그동안 상처받지 않았는지.
갑작스레 함께 살게 된 이 시간이 우리에게 감정의 골을 깊게 파는 시간이기보다 파인 공백을 메우는 시간이길 바란다. 내일은 동네의 손만두 맛집에서 만두를 사 와야겠다.
남에서 남매가 되기까지의 첫 번째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