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본 프로젝트

Re : Born, 다시 태어나자

by 키파

유튜브 콘텐츠 <나영석의 와글와글> 드라마 언슬생전 편에서 건져 올린 단어는 "리본 프로젝트"이다. 신시아 배우가 침체기를 겪을 때, 책에서 "우리는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날 수 있어."라는 문장을 보고 시작한 프로젝트라고 한다. 원래 방법은 내가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은 일의 목록을 만들어 실행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리본 프로젝트의 Re: Born,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만 가져와 일상에 변화를 주고자 한다.


일상의 질서를 유지하는 나사가 곧 빠지기 직전까지 풀어놓았다. 어느 정도의 느슨함은 필요했다. 팽팽하게 분주한 일정들을 해내느라 소진된 상태였으니까. 허리가 아플 때까지 몸의 뉘이고, 밥 차려먹을 기력도 없어 손가락만 까딱해서 배달음식을 줄곧 먹었다. 동이 틀 때까지 스크롤을 내리며 뇌를 도파민에 절였다. 하루이틀은 휴식이었겠지만 수일째 이어지니 해로움이 느껴졌다. 다시, 일상을 세워야 할 때다.


가장 먼저, 배달 어플을 지웠다. 집 앞 마트에 가서 두부, 닭가슴살, 가지, 토마토를 사 왔다. 우유에 닭가슴살을 재우고 두 덩이는 굽고, 남은 것은 모두 삶아 냉동실에 보관했다. 다진 마늘을 올려 구우니 꽤 먹을만하다. 그리고 새로운 여름맛의 발견, 가지. 나는 가지의 물컹함이 거북해서 먹다가 뱉어버리는 아이였다. 나이가 들면 입맛도 바뀐다던데 가지의 맛을 새롭게 알아가는 중이다. 어제는 가지 가르파초 (저속노화 정희원 교수님 채널에 나온 레시피 추천), 오늘은 가지 볶음으로 맛있게 차려 먹었다. 두부는 감자전분에 묻혀 요리하니 식감이 좋았다. 생각 없이 집어먹는 과자는 방울토마로로 대신한다. 달고 짜고 매운, 고자극의 음식들에 길들여졌던 나의 혀와 소화불량의 내 위장이 다시 태어나는 중이다.


그리고, 운동을 시작했다. 집 근처의 운동센터에 등록했다. 목적이 체형 교정이라 도수치료와 운동의 경계가 모호한 동작들로 잠든 근육들을 깨우는 중이다. 내 몸을 요리조리 살피면서 "사람 몸이 어떻게 이지경이...?" 관장님의 갸우뚱한 고갯짓과 난감한 그의 표정을 난 분명 보았다. 무엇보다 내 몸의 문제를 알아차리고 나니, 일상의 자세들을 의식하며 고치려고 애쓰게 된다. 그리고 이틀에 한 번 꼴로 달리기를 하러 나간다. 그간의 와상 생활이 내 몸의 혈을 막고 있었던 건지. 숨 가쁜 달리기 한 번에 몇 주 째 미뤄지던 생리가 시작했다. 몸이 엉망일수록 운동 가성비가 좋다. 공원을 걷고 달리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받는 자극도 좋다.


심리 상담을 예약했다. 몸과 함께 마음도 다시 태어나려고 한다. 언젠가 한 번쯤은 꼭 받아보고 싶었던 심리 상담을 드디어 예약했다. 나의 부정적인 생각 습관의 원인을 더듬어가 보고 싶다. 나를 깊이 있게 탐구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나를 받아들이고 더 사랑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대나무숲처럼 나를 판단하지 않고 나를 찾는 여정에 안전하게 동행해 줄 상담사 선생님과의 만남을 기대한다.


글쓰기로 돌아왔다. 바쁜 일상에 오랫동안 손 놓고 있었던 글쓰기. "글쓰기는 운동과 같습니다. 글쓰기 근력을 기르세요." 브런치가 보내는 단호한 알림도, "작가님의 글을 기다려요 >< " 풍의 귀여운 애교 알림도 모두 끄기 버튼을 눌러 무시했다. 책상 앞에 앉아 열 손가락으로 토독토독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한 손가락만 휙휙 움직이며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이 더 편했으니까. 그렇지만 꾸준한 글쓰기의 유익을 알기에, 오랜만에 나의 브런치에 새 글을 써본다. 내 브런치 스토리도 Re: Bo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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