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7시반이 알림이 뜬다. 작년 12월, 브런치 알림에 거창하게 ‘일주일에 한 번 브런치에 글 써서 올리기’라고 저장해뒀다. 하지만 그 목표는 두 달째에 접어들면서 이미 무너지기 시작했고, 넉 달째인 지금은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조차 흐릿해져가고 있다. 처음 글을 올리는 게 재밌었을 때는 무엇이라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동안 쓰고 싶었던 글감들이 너무 많아서 이걸 하나씩만 정리해도 일 년은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많던 소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불과 120일 전에는 가득차 있던 글감의 방이 이제는 텅텅 비어있고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다.
뭐라도 써야 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글쓰기도 악기처럼 하루라도 연습을 소홀히 하면 근육이 약해진다. 기타를 처음 배울 때는 크로매틱이라는 손가락 연습을 제일 먼저한다. 한 줄 한 줄 정확하게 짚을 수 있도록 손가락 하나하나의 힘을 기르고, 왼손과 오른손의 싱크를 정확하게 맞추기 위한 연습이다. 크로매틱의 방법은 수만가지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 연습 없이 기타를 잘 칠 수는 없다. 슬램덩크에서 강백호가 공 돌리기 연습을 하는 것과 같다. 그러고보면 무엇이든 꾸준함이 동반되어야 하고, 그 꾸준함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실행하는 것이 가장 고통스럽다.
오늘도 나는 그 고통을 마주하기 위해 여기 앉아있다. (이 글을 보는 많은 브런치 작가님들도 그러할 것이라 생각한다. 제발) 그림 유튜버 이연님은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이 즐겁지 않은 것은 당신이 그것을 잘 하지 못 하기 때문이다.’ 라고 했다. 너무나도 공감이 가는 말이라서 그 책을 책상 가장 가까운 곳에 꽂아뒀다. 내가 느끼는 고통이 즐거움이 되려면 난 그것을 잘 해야만 한다. 예전 직장인 밴드를 하던 시절, 공연하기 전까지 연습하는 것은 너무 힘들었고 무대에 올라가기 전까지는 공포로 식은땀이 흘렀지만 막상 무대 위에서 연주가 잘 끝나고 나면 그 쾌감은 어디 비할데가 없다. 그것이 바로 고통이 쾌락이 되는 순간이 아닐까.
이 매거진은 그 순간을 위해서 준비했다. 크로매틱도 매일 하면 손가락에 무리가 와서 건초염이 생길 수 있다. 그럴 때는 그냥 지기징징기장장 거리면서 아무 코드나 잡고 놀아야 한다. 그래야 긴장이 풀리고 다음 연습을 할 수 있다. 인생과 마찬가지로 글쓰기에도 텐션 조절이 필수다.
오늘은 그 텐션 살짝 풀어본다. 아무 글도 쓸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난 이런 글을 쓸 수 있다. 나에겐 아직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