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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작심일일

오늘만 쓴다

아무 생각이 안나요

by 현진형

작심일일 시작한지 일주일쯤 지난 거 같은데 고비다. 오늘은 회사에서 하루 종일 엑셀질만 하느라 체력도 고갈되고 머리도 텅 비어버렸다. 이대로 집에 도착하면 글쓰기는 깨끗이 잊고 맥주나 마시겠지. 보던 웹툰을 간신히 접고 브런치를 열었다.


오늘만 쓰면 되잖아. 오늘 하루만.


이 주문 생각보다 잘 먹히네. 하지만 쓸 테마가 도저히 생각이 안 난다. 써야된다는 생각만 있다. 이 글을 읽을 누군가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지금은 이런 글 밖에 쓸 수가 없다. 그럴 땐 쉬어가도 된다고 말씀해주신다면 감사하지만, 오늘을 건너뛰면 내일도 건너뛸 거 같다. 그래서 오늘만 쓴다. 내일은 어찌될지 모르니까.


오늘 무슨 일이 있었나라도 돌이켜보자. 새로나온 YB의 신보를 들으며 감동했지. 이렇게 멋지게 모던메탈밴드로 변신하다니. 그것도 50대에.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멋지구리한 아저씨들이 있다. 그래서 음악 좋아하는 주변인들에게 마구 추천을 했지. 조카가 이미 롤링홀을 갔다왔다는 소식에 부러워도 하고. 그리고 또 오랜만에 입사 20년차 동기 남자 넷이 모여서 점심도 먹고. 태국음식이 맛있었지. 한 명은 매운고추를 먹고 잠깐 미각을 잃기도 하고. 간만에 스벅 말차라떼도 먹었지. 오후엔 계속 엑셀만 했네. 말하고 싶은(욕하고 싶은?) 속사정은 많지만 일단 엑셀만 했군.


돌이켜보니 이것저것 평소와 다른 일도 많이 있었네. 이렇게 글도 좀 썼고. 일기가 되어버렸지만 쓰고 나니 하루가 정리도 되고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오늘만 쓰는 건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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