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증에 걸렸습니다.
'병에 걸리신 것 같습니다. 실어증입니다. 일하기 싫어증.' 양경수 작가의 위트 넘치는 풍자 중에서도 가장 좋아했던 멘트. 어쩜 이렇게 언어 센스가 좋을까라고 감탄하면서도 지금의 내 처지를 너무 딱 맞춰서 감동받았던 멘트.
요즘 들어 다시 싫어증에 걸린 것 같다. 사실 일하기싫어증에 걸리면 실제로 회사 내에서 말하는 것도 귀찮아지므로 경증의 실어증도 동반하는 게 맞다. 누구한테 일하기 싫다고 말하는 것도 이제 귀찮다. 날 좀 그냥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 당신도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중증의 싫어증으로 나아가는 단계다.
한 동안 잠잠하다 했더니 체력의 저하와 함께, 봄의 등장과 함께 싫어증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나름 1인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싫은 건 싫은 거다. 한 번도 일이 재밌다고 생각해 본 적 없으면서도 꾸준히 20년째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게 스스로도 놀랍다. 독학으로 공부한 명리학 지식으로 내 사주를 보면 역마살이 많은데 그건 다 어디로 간 건지. 이제 어디 옮기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여기 눌러앉아있다. 이런 불평불만만 쌓여간다. 불만을 속으로만 곱씹으면 예전과 달라진 게 없으니 꺼내어 써 본다. 누군가 읽어서 득 될 리 없고, 남겨서 나에게 도움이 될 리는 없는 글이지만 쏟아내면 좀 낫다.
봄이다. 봄이 오는 게 확실하다. 싱숭생숭하게 싫어증에 걸린 하루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