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고민 1순위. 보고의 방법론
직장생활 무려 20년이 지나가도 아직도 고민되는 문제가 있다. 보고서는 어떻게 써야 할까?
가끔 다른 팀과 협업을 하다 보면 미팅을 하면서도 상대방의 언어를 잘 이해 못 할 경우가 있다. 대부분은 타 팀에서 온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본인들이 평소에 사용하던 언어를 그대로 사용함에 문제가 있다.
글은 말하기 전 내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머릿속에 산재해 있는 단어들을 일정한 흐름에 맞춰서, 논리적인 배치를 거쳐, 짜임새 있는 구조로 탈바꿈하게 된다. 특히 아직 구두 보고에 서툴다면 서면 보고를 좀 더 연습해 보는 것이 좋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지만 보고서는 특히나 구조적인 틀을 가지고 있다. 그 틀에 맞춰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경험을 쌓으면, 말을 할 때도 의식의 흐름대로가 아니라 생각의 결과들을 논리 정연하게 말할 수 있다.
나처럼 말주변이 없다면 더욱 그렇다. 사전에 문서로 준비를 한 번 해보는 것만으로도, 미팅 또는 보고 시에 해야 할 말들이 한결 정리가 된다.
또한, 보고서 문해력과도 관련이 있다. 다른 사람이 쓴 보고서를 자주 보는 것은 도움이 된다. 내가 노래를 잘 못 부르더라도, 경연 프로그램을 보면 누가 더 잘 불렀는지 대부분 알 수 있는 것처럼, 신입의 눈에도 잘 된 보고서와 그렇지 않은 보고서는 구별을 할 수 있다. 좋은 글을 많이 읽어봐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처럼, 보고 수준을 높이고 싶은 사람은 좋은 보고서 샘플을 많이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좋은 보고서는 저장한 다음 두고두고 템플릿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내가 아무리 말을 논리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잘한다고 해도 내가 전달한 말과 상대방이 응답한 말이 기록으로 정리되지 않으면 말은 곧 허공에 흩어지고 만다. 흩어지는 말을 붙잡고 그 말에 실행의 힘을 부여하는 것이 글이다. 회사에서 제대로 정리된 글을 보고서라고 부르며 그 보고서는 사전, 사후를 포함하여 진행단계의 모든 상황에서 통용가능하다. 따라서, 나의 결론은 보고는 말보다 글로 하는 것이 좋다
가끔 가다 보면 구두로 보고했으니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아무도 기억하는 사람이 없게 되고 결국 똑같은 일을 다시 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모든 보고서에 공을 들일 필요는 없다. 킥오프나 최종 보고서가 아닌 경우, 의사결정을 받는 경우가를 제외한 중간 단계는 간략한 게 오히려 좋다.
다만, 보고서를 시작하기 전에 어떤 방향으로 어떤 형태로 작성할지는 보고를 받는 사람과 미리 구두로 확인해 보는 게 좋다. 사람은 각자의 개성이 모두 뚜렷한 것처럼 회사에도 다양한 리더들이 있다. 모두의 입맛에 맞는 보고서란 없으니 내가 보고하는 사람의 성향을 먼저 파악하는 게 좋다. 잘 모르겠다면 무조건 물어보고 시작하자. 그 사람이 아무리 무섭고 불편하고 쫄리고 짜증 나더라도 물어보고 시작해야 한다. 돌다리를 두드리는 심정으로. 그렇지 않으면 공들여 작성한 보고서를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하는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에는 AI가 발전하면서 AI를 활용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많다. 보고서의 전체 틀을 잡는 게 힘들다면 유튜브에 관련된 강의도 많으니 한 번 보고 따라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역시나 문해력과 전달력이다. AI를 잘 쓰기 위해서는 프롬프트를 잘 작성해야 하고, 출력된 결과물을 이해하고 수정,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문해력이 필요하다. 문해력에는 왕도가 없다. 좋은 글을 많이 읽고 어휘력을 늘려야 한다. 두 번째로 아무리 잘 만들어진 보고서라도 구두로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보고를 망칠 수 있다. 아무리 재밌는 이야기도 어느 사람이 들려주는가에 따라서 몰입도가 달라지는 것처럼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잘 만들어진 보고서를 어떻게 구두로 전달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내가 이 보고서를 들고 가서 누군가에게 말로 전달할 때를 시뮬레이션 해보면 좋다. 그럼 보고서에서 자꾸 읽다가 씹히는 부분 또는 흐름에서 어색한 부분을 찾아낼 수 있다.
시중에 나와있는 보고 관련 책들도 많고 이제 보고서는 AI가 다 써준다는 말도 있지만, 결국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정리하고 보고 받는자의 입맛에 맞게 바꾸는 것은 인간이 할 수밖에 없다. 좋은 글을 찾아 읽는 심정으로 좋은 보고서를 많이 찾아보자. 그리고 나만의 템플릿을 몇 개 만들어두자. 보고서만 봐도 이건 누가 썼는지 알 수 있도록. 그게 직장인의 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