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부터 여기는 아빠랑 나랑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이네.
드디어 아이방을 만들어줬다. 이사 오면서 아이방을 따로 두긴 했지만 사실상 장난감 박스가 쌓여있는 창고처럼 사용했다. 잠은 아직도 우리와 같이 자고, 공부는 거실 테이블에서 늘 같이 마주 앉아하다 보니 사실 개별적인 공간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진 못했다. 하지만 이제 고학년이라 불리는 4학년이 되었고 슬슬 독립적인 공간을 만들어주는 게 서로에게 좋을 것 같았다. 그동안 미뤄왔던 책상과 침대를 사고 이번 주말에 설치 완료.(요즘 가구가 이렇게 비싸던가. 깜짝 놀랐다. 하긴 나 같은 스크루지에겐 요새 깜짝 놀랄만한 가격이 아닌 게 없지.) 이층 침대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거 같은데 얼마 전 친구집 이층 침대에서 놀다 떨어진 이후로 다행히(?) 그 로망은 싹 사라졌다. 덕분에 유아틱 하지 않고 나름 모던하고 무난한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아이는 너무나 좋아했다. 진짜 자기 방이 이제 생겼다며 방방 뛰었다.
- 자기만의 공간이 생긴다는 건 너무 좋지?
- 응! 너무 좋아!
- 앞으로도 어디서든 자기만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봐. 그게 너한테 꼭 필요할 거야.
마지막 문장은 아이에겐 잔소리였겠지만 꼭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살아가면서 나의 공간을 마련한다는 것. 아주 작은 공간이라도 있다면 그곳은 나의 쉼터가 된다.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자기 방이 생긴 지 이틀째. 이제 공부도 꼭 자기 책상에 가져와서 한다. (얼마나 가려나.) 그리고 나 보고 옆에 와서 누워있으란다. 너무 아늑하다며 자랑을 멈추지 않는다. 공부를 다 하고 침대 위로 쫓아와서는 말한다. 이제부터 여기는 아빠랑 나랑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이라고. 그렇다고.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같이할 수 있어서, 같이 있는 걸 너무 즐겁게 생각해 줘서 고맙다.
오늘도 나의 힐러는 옆에서 새근거리며 잠들어있다. 천사 같은 얼굴을 보며 나도 일찍 잠들어야겠다. 오늘은 어제보다 덜 걷어차여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