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타 톤을 내려면 무조건 실제 앰프가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커다란 앰프 헤드, 묵직한 캐비닛. 그래야만 진짜 기타리스트의 소리가 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앰프 시뮬을 봐도 별 감흥이 없었다.
- 진짜를 흉내 낸다고?
과연 그게 될까. 의심부터 들었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고 있었다. 무겁고 시끄럽던 장비 대신, 조용하고 가벼운 작은 박스 하나가 멋진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걸 직접 듣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앰프 시뮬이 뭐냐고 묻는다면 간단하다. 앰프 시뮬(Amplifier Simulator)은 "앰프 없이 앰프 소리를 들려주는 기계"다. 예전에는 진공관 앰프에 캐비닛까지 연결해야 겨우 만들 수 있던 소리를, 이제는 작은 박스 하나로 대신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 기술이 그 과정을 고스란히 재현해 낸 덕분이다. 무겁게 짊어질 필요도 없고, 소리 크기 눈치 볼 필요도 없다. 집에서도, 공연장에서도, 심지어 이어폰 하나만 끼고도 제대로 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진공관 앰프와 비교하면 둘은 확실히 다르다. 진공관 앰프는 볼륨을 키울수록 소리가 살아 숨 쉬는 느낌이 있다. 손끝에 반응하는 미세한 울림, 튀어나오는 다이내믹스. 그건 진짜다. 하지만 앰프 시뮬도 이제 만만치 않다. 기술이 어마어마하게 좋아졌다. 심지어 요즘은 프로 뮤지션들도 녹음이나 공연 때 앰프 시뮬을 쓴다. 특히 집에서 연습할 때, 작은 공연장에서 셋업할 때. 진공관 헤드 대신 앰프 시뮬을 꺼내 드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편하고, 조용하고, 일관된 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이라면 꼭 써봐야 한다 집에서도 괜찮은 톤을 만들고 싶은 사람, 무거운 앰프 들고 다니기 지친 사람, 다양한 앰프 소리를 한 번에 써보고 싶은 사람, 공연장에서 빠르고 깔끔하게 세팅하고 싶은 사람. 만약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앰프 시뮬은 꽤 괜찮은 선택이 될 거다.
앰프 시뮬을 써보기로 결심한 뒤, 가장 먼저 고민한 건 어떤 제품을 고를까였다. 앰프 시뮬 종류는 정말 많다. 작은 페달 하나부터, 큼지막한 멀티 프로세서까지. 처음에는 욕심이 났다. 이왕이면 좋은 거, 비싼 거, 유명한 거. 하지만 정신을 차렸다. 집에서도 쓰고, 가끔 작은 공연장에서도 쓸 거라면 너무 복잡하고 비싼 건 오히려 독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고른 게 바로 NUX Amp Academy.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크기, 필수 기능만 알차게 들어간 구성, 거기에 가격까지 괜찮았다. 처음 손에 쥐었을 때 느낌은 딱 하나였다.
- 어라? 진짜 앰프 같다.
기본으로 들어 있는 앰프 모델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반응이 자연스러웠다. 거기에 IR(캐비닛 시뮬레이션)까지 기본 탑재라, 별도 장비 없이도 완성된 소리를 만들 수 있었다. 물론 단점도 있다. 진짜 진공관 헤드처럼 미세한 뉘앙스까지 완벽히 살아나지는 않는다. 그리고 설정값을 바꾸려면 약간 번거로운 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앰프 헤드와 캐비닛 없이도 충분히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걸 직접 느끼게 해 준 첫 번째 앰프 시뮬이었다. 아직까지도 앰프 시뮬을 안 써본 방구석 기타리스트가 있다면 꼭 사용해 보길 추천한다. 요즘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워낙 다양해지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가성비 면에서는 (중고가까지 고려했을 때) 앰프 아카데미를 따라올 자가 없다고 생각한다. (소리의 세계에서 조금 더 나은 음질은 꽤나 큰 지출을 동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