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만드는 진짜 앰프의 질감
NUX Amp Academy를 처음 연결했을 때, 사실 큰 기대는 안 했다.
- 에이, 그래봤자 모조품 아니야?
이런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막상 소리를 들은 순간, 얘기는 달라졌다.
첫 느낌은 깔끔했다. 의외로 피킹에 반응하는 느낌이 살아있었다.
- 오? 이 정도면 해볼 만한데?
슬슬 욕심이 생긴다. 좋은 톤을 만들려면 일단 기본부터 잡아야 한다. 앰프 모델을 고르는 거다. Fender Deluxe Reverb 모델을 골랐다. 깨끗하고 탄탄한 클린 톤이 필요했다.
드라이브를 살짝 올리고 트레블은 줄인다. 깔끔하게 쏘는 고음을 좋아하지만 하이가 너무 쏘는 느낌은 싫었다. 미들 약간 올리고 베이스는 상황 봐가면서 조절. 미들을 올리면 톤이 전체적으로 두꺼워지면서 힘 있는 사운드가 나온다.
첫 번째 목표는 단순했다. 페달 드라이브 없이 앰프 클린만으로 손맛을 살리는 것. 볼륨을 키워가면서 기타 볼륨 노브를 조절해 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소리를 맞췄다. 클린톤에서 기타만 들고도 뉘앙스가 살아야 제대로 된 클린이다.
어느 정도 클린 톤이 잡혔다 싶으면, 그다음은 실제 페달보드에 위치한 드라이브 페달들의 시그널 체인을 정리하고 각각에 역할을 부여한다. 나는 Analogman KOT의 왼쪽 채널을 항상 켜두기로 했다. 약간 미들 부스트된 부드러운 오버드라이브. 이게 기본 베이스가 된다.
필요할 때는 TS9 DX를 추가로 썼다. 톤을 더 미드 쪽으로 밀어주기 위해서다. 특히 솔로할 때 기타 소리가 뚫고 나오는 데는 이만한 게 없었다. 뒤로는 Xotic BB preamp를 두고 볼륨 부스트 용도로 쓴다. 메인 드라이브로는 Cornerstone Gladio를 두고 왼쪽 채널은 소프트락, 오른쪽은 하드락이나 블루스. 게인이 좀 더 필요할 경우 같이. 마지막으로 Shur Riot이 하이게인을 담당한다.
- KOT는 드라이브 레벨 낮게, 볼륨은 unity 정도.
- TS9과 BB preamp는 드라이브 거의 제로, 볼륨만 쭉 올려서 부스트
- Gladio는 드라이브를 12시 기준 조정하고 볼륨을 맞춘다. 오른쪽 채널은 게인을 더 준다. 톤은 1시.
- Amp Academy 자체 게인은 12시 미만,ㅣ
- 마지막으로 리버브와 딜레이. NUX Atlantic을 뒤에 물려서, 딜레이는 아주 짧게, 리버브는 중간 정도. 너무 욕심부리면 소리가 지저분해진다. 조금 모자란 듯하게 설정하는 게 제일 좋았다.
세팅 끝나고, 기타를 잡고 첫 코드를 잡았을 때.
- 와, 이거다.
내가 하고 싶던 소리.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손끝에 힘을 주면 튀어나오고, 살살 치면 뒤로 빠지는 그 느낌. 이 자그마한 앰프 시뮬이 그걸 해냈다. 물론 진짜 앰프랑 비교하면 미묘한 차이는 있다. 하지만 집에서, 혹은 작은 공연장에서 이 정도 소리를 이 정도 편리함으로 낸다는 건 진짜 대단한 일이다.
정리하자면, 좋은 톤을 만들고 싶으면
1. 앰프 모델을 신중하게 고를 것 (클린이 좋아야 다 된다)
2. 기본 클린 세팅에 시간을 들일 것
3. 오버드라이브는 겹치지 않게 역할을 나눌 것
4. 리버브/딜레이는 과하게 쓰지 말 것
5. 귀로 듣고, 손끝으로 확인할 것
아무리 앰프 시뮬이 좋다고 해도 결국 좋은 톤은 내 손이, 내 귀가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