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릿에서 일한 지 어느덧 6개월이 되어가고 있다.
하루하루 회사에서 버티듯 생활할 땐 퇴근시간이 참 더디게 오고
'나는 힘들지 않다'며 힘들면서 아닌 척
하루에도 몇 번씩 자기 최면을 걸며 보내오곤 했는데
벌써 6개월이라니, 믿을 수가 없다.
뉴욕은 집 밖에 한 발이라도 내딛는 순간 통장에서 출금이 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모든 게 소비이고, 물가도, 세금도 무척 부담스러운 곳이다.
한국에서 생활하기에는 정말 충분하고도 넘치는 연봉을 받고 있지만
원베드룸 월세가 기본 ~600만 원에서 시작하는 뉴욕에선 어림도 없다.
얼마 전, 어떤 유튜브 영상에서 어떤 분께서
내가 이번달 받는 월급은, 이번달, 한 달 뒤, 일 년 뒤, 오 년 뒤의 월급을 같이 받는다는 얘기를 하셨다.
이번달의 월급은 이번달에 다 써버리는 용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늘의 나뿐만 아니라 미래의 나도 다 같이 받는 월급이니 잘 관리하고 소중히 다뤄야 한다는
메시지를 갖고 말씀하신 것 같다.
일을 갓 시작했을 때는 '이렇게 돈을 관리하겠어!' 하는 뚜렷한 관리법이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너무 감사하게도 주변 동료들과, 인터넷에 있는 친절한 자료들을 통해서
6개월 차가 된 지금, 나름 구색을 갖춘 관리법이 생긴 것 같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만약 관리법이 아직까지는 없는 사회초년생분들, 학생분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1. 소비습관
뒤에 나올 여러 가지 관리수단을 소개하기에 앞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습관을 잘 구축하는 것이다.
아낄 수 있는 곳에는 최대한 아끼면 좋고
내가 나의 소비를 통제할 줄 알아야 한다.
일단 몇 달간 대략적으로 내가 소비를 어떤 곳에 주로 하는 것 같은지,
각 분야에 한 달간 어느 정도 소비하는 게 적당한지 정해 본다.
'적당한' 소비가 어느 정도인지는 몇 달 생활을 해보면 알 수 있다.
스스로 나름의 규칙을 몇 가지 가지고 있으면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나는 '외식은 한 달에 한 번씩만 하기'라는 규칙이 있는데,
연말과 같이 외식이 많이 잡힐 수도 있는 상황에서는 조절하되,
그 외에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한 달에 한번 이상을 넘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2. Budgeting (가계부 작성)
앞서 1번에서 정했던 '적당한' 소비에 양이 정해졌으면 무조건 기록을 시작하길 추천한다.
나는 매달 엑셀 한 장을 내가 만든 템플릿으로 세팅을 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카드 앱에 들어가서 내가 그 주에 소비했던 것을 모두 다 기록한다.
옆 사진이 내 엑셀시트의 스크린 샷인데,
정말 별거 없다..ㅎㅎ(부끄러울 정도)
오른쪽 표에는 내가 돈을 쓰는 카테고리들을 쭉 적어두고 왼편에 항목 이름을 적고 기록을 하면 표가 업데이트되도록 아주 간단한 장치를 몇 가지 걸어 두었다.
고정비용은 항상 적어두고 매월 1일에 내 예산에서 바로 차감해서 내가 그달에 어느 정도의 돈을 사용할 수 있을지 정확히 계산을 한다. 이 금액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게 중요하다. 기록을 하지 않고선 알기가 어렵다.
이렇게 하면 이번달에 돈이 얼마나 남았는지, 아까 정한 '적당한' 기준치를 넘어선 카테고리들이 있는지 한눈에 알 수가 있다. 그리고 남은 몇 주간 어느 정도로 소비를 해야겠다는 계산이 바로 되니까 1에서 정한 나의 소비습관들을 지키기가 훨씬 쉬워진다. 아무래도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기록을 하지 않을시에 감으로 소비의 적절함을 매번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그러기엔 내가 열심히 번 돈이 너무 소중하다.
이렇게 기록을 시작하다 보면 어떤 달은 돈이 남기도하고 어떤 달은 예산을 넘을 수도 있다. 돈이 남으면, 3번에서 소개할 high yield savings 계정(CMA 계정)에 넣고, 예산을 넘으면 비상금에서 가져와 쓴다.
3. HY Savings Account(CMA 계좌)
우리가 보통 많이 가지고 있는 예금 계좌는 안타깝게도 이자율이 거의 없다.
그러나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돈이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연 이자가 ~4%(미국기준) 되는 high yield savings account(HYSA) 혹은 CMA 계좌를 여는 걸
몹시!! 추천한다.
나는 HYSA를 예금 계좌처럼 이용한다.
한 달에 이 계좌에서 출금할 수 있는 횟수가 제한되어있긴 하지만(내 계정은 한달에 6회가 최대이다),
최대 횟수만큼 돈을 출금해야 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월급이 나오면 하루빨리 이 계좌로 옮긴다. 하루라도 이자를 더 받는 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월 1일 내가 한 달간 카드값내고, 비상으로 필요할 현금의 양을 정해둬서 기본 예금계좌로 옮긴다
매달 이자가 꼬박꼬박 들어오는데, 예금 계좌에 둔 것처럼 돈을 가만히 뒀는데 이자를 받으니,
예금 계좌에 계속 돈을 넣어두고 있는 건 너무나도 아쉽다.
그리고, 위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장기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복리의 힘은 정말 강력하다.
만약 $5000으로 시작을 해서 30년간 4%의 이자를 받고, 매달 $200 씩 이 계좌에 넣는다고 가정하면
30년 후에 내가 넣은 돈은 $77,000, 이자가 $78,377이다.
이자가 내가 넣은 원금보다 많아지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거다.
뿐만 아니라, 매달 이자가 나와서(아닌 계좌도 있다) 그 이자는 바로 다음 달에 재투자가 되는 방식이라
원금이 조금씩 늘어가는 구조가 된다.
당연하게도 원금이 더 크고, 한 달에 계좌에 넣는 돈이 더 많을수록 결국에 수령하는 이자의 금액은 늘게 될 것이다.
HYSA는 리스크가 적고, 노력도 적게 하면서 이자로 돈을 꼬박꼬박 벌어갈 수 있는 너무 좋은 옵션이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미국의 경우 계좌를 계설 하는 은행이 FDIC Insured인지를 확인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FDIC와 같은 계념의 기관이 한국에도 있을 것이다.
FDIC는 만약 은행이 파산하는 드문 경우에 대비하여 예금자가 가입된 은행에 맡긴 돈을 보호해 준다.
미국에서 많이들 이용하는 은행은 Ally Bank, Marcus by Goldman Sachs 등이 있고, 한국에서는 증권 회사 계정에서 CMA 계좌를 열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4. Roth IRA
Roth IRA는 개인이 은퇴를 위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은퇴 저축 계좌이다.
계좌에 입금된 금액은 세후 소득으로 이루어지지만, 은퇴 시 계좌에서 인출할 때,
원금과 투자 수익 모두 다 세금 없이 인출할 수 있다.
이것이 유리한 이유는, 내가 지금보다 은퇴할 시기에는 연봉이 훨씬 높을 것이고
그러므로 내야 할 세금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래서, 은퇴를 할 때 그때 내야 할 세금을 내고 계좌에서
인출하는 것보다 지금, 훨씬 낮은 세금률에 세금을 미리내고,
나중에 인출할 시 세금을 면제받는 것이 훨씬 나은 옵션이다.
뿐만 아니라, 계좌에 투자된 돈으로 발생한 이자, 배당금 등은 세금 없이 성장하게 되어있다.
원금은 언제든지 세금, 벌금 없이 인출 가능하지만,
투자수익은 만 59.5세 이후에 인출해야 세금과 벌금을 피할 수 있다.
그러니, 이 계정은 가능한 어릴 때 개설하고 투자를 시작하는 게 좋다.
다만 한해에 투자할 수 있는 돈이 최대 $7000이라서, 한 달에 최대 $583을 투자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투자 계정과 같이 내가 투자하고 싶은 상품 혹은 펀드를 선정해서 구매하면 된다.
4. 401K
4번과 5번은 회사에 따라서 다른 방침과 정책이 있을 수 있으니 참고 정도만 하길 바란다.
401k는 미국에서 제공되는 회사 지원형 은퇴 저축 계좌로, Roth IRA와 비슷한 결이지만
회사를 통해서 저축/투자를 하는 제도이다.
월급의 일부를 세전, 혹은 세후로 투자할 수 있는데 짧게 요약하자면,
1) 세전 기여: 세전 소득을 이용해서 투자, 현재 세율이 높으면 소득세를 미룰 수 있어 세금 부담을 즉시 줄일 수 있는 장점이 되고, 세금 없이 수익이 재투자돼서 더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
2) Roth 401k : 세후 기여를 통해서, 아까 Roth IRA와 비슷하게 은퇴 시 인출하는 금액에 세금이 면제된다.
세전 기여는 향후 세율이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면 이득이고, 세후는 아까와 같이 미래에 세욜이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면 더 나은 선택이다.
여러 회사가 Match라는 제도를 가지고 있는데,
회사가 직원이 기여하는 금액양을 추가로 계좌에 기여해 주는 것이다. 일종의 복지정책이다.
만약 100% match, upto 5% of payroll이라면, 직원의 연봉의 5%를 401k에 넣고,
회사도 동일한 금액을 넣는 것이다.
회사에 이런 제도가 있다면 꼼꼼히 알아보고 본인에게 어떤 세금 혜택이 좋은지 생각해 본 다음
참여하는 걸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5. Pre-tax benefits
회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세전 복지 혜택들이 있다면 잘 알아보고 나에게 해당되는 것은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
나 같은 경우에는 대중교통비를 세전 소득에서 공제하는 제도를 정말 잘 이용하고 있는데,
뉴욕 지하철이 한번 탈 때 $2.90이고, 주 5일 출근, 퇴근할 때 총 2회, 주말에도 매일 2회 정도
이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총 써야 하는 금액이 한 달에 $180 정도이다.
이 제도를 사용하지 않으면, 내가 세후로 받은 월급에서 $180가 나가는 것이지만
이 제도를 통해서 교통카드를 발급받으면, 내가 세금을 내기도 전에 $180의 금액이 카드에 충전이 된다.
세후에 $180을 써야 하고 만약 세금률이 현재 뉴욕에서의 30% 정도라고 하면,
세전 금액은 $257인데, 나는 이 $257 중에서 $180만 사용하게 되는 것이 된다.
뿐만 아니라, 과세 대상 소득 역시 $180 줄어들고, 그래서 소득세 역시 줄어든다.
매월 $77(약 10만 원) 정도 절약하는 것이고 신청절차가 너무 간단해서
정말 애용하고 있는 복지 제도이다.
이와 비슷하게 미국에 많은 기업에서는 의료보험이나 헬스장 멤버십과 같은 분야에서도 세전 정책들이 있다고 한다.
소비 습관 부분에서 '외식 한 달에 한 번만 하기'는 많은 사람들이 들으면 놀라는 나만의 규칙이다.
뉴욕에는 먹거리가 그 어떤 곳보다 댜양하고, 멋진 레스토랑, 카페, 바가 너무나도 많다.
친구들이 이게 다 경험인데, 우리가 젊은 시절은 한 번뿐이니까 최대한 경험해 보고 즐겨야지! 하는 얘기를 하면서 나의 이 규칙이 너무 극한적인 절약방법이라고 얘기하곤 한다.
'이게 다 경험이다', '나는 경험에 투자를 하는 거야'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을 여태껏 많이 봤고,
나도 대학시절 그런 가치관을 가지고 살았었다.
어느 날 어떤 분의 인터뷰를 봤는데, 경험이라는 것은 내가 시간과 자본을 투자해서 무언갈 했을 때,
나에게 의미있게 남는 게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듣게 되었고,
많은 경우 내가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인데
'경험에 투자를 한다'라고 스스로 합리화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외식을 하는 건 나에게 의미가 큰 활동은 아니다.
건강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주로 장을 봐서 요리를 하는 나에게
외식을 할 때마다 메뉴에 쓰여있는 가격이 합리적인 가격인가 하는 의문이 매번 들고,
내가 해 먹어도 될 텐데 하는 생각도 많이 든다.
또, 속이 많이 예민해서인지, 늘 혼자서 차려먹다가 외부음식을 먹으면 몸이 며칠간 힘들다.
그래서 외식이라는 것이 나에게 즐겁고, 의미가 있으며, 무엇을 배우거나 남는 경험이라고 얘기하긴 어렵다.
그래서 나에겐 그 규칙이 지켜봄직한, 적합한 규칙이다.
서두가 길었지만, 결국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나의 소비습관과 생활패턴을 잘 관찰해서,
남들의 기준에 부합하는 것보다는 나의 생활에 필요한 습관 선정을 통해서
나에게 잘 맞고, 내가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에게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무탈하고 좋은 일들만 줄을 짓는 한 해가 되길 기도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