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일기 #7:
월스트릿에서 배운 인생스킬 5가지

by KAY 케이

이번 글에서는 월스트릿에서 6개월간 일하면서 배운 여러 가지 인생스킬들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한다.


1. 시끄러운 환경에서 정신줄 잡고 내 할 일에 집중하기

뉴스에서 자주 보이는 NYSE의 트레이딩 플로어 모습을 보면, 정말 정신없고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환경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즘의 트레이딩 플로어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하지만, 여전히 일반적인 업무 환경보다는 훨씬 소음이 많고 사람들의 움직임이 많아 산만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출처: Investopedia

옆사람과의 거리가 많아야 1미터 정도일 정도로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앉아 있고, 내가 앉아 있는 줄 반대편에도 또 사람들이 가득 앉아 있다. 이렇게 줄줄이 앞뒤로 몇 줄이나 앉아 있는지 세기도 어려울 정도다.

사람 간의 거리가 워낙 가까워서 트레이더들이 전화하는 소리도 다 들리고, 내 바로 앞에 있는 네 개의 모니터 화면에서는 메시지와 이메일이 쉴 새 없이 들어온다. 내 뒤로는 사람들이 계속 지나다니는 환경에서 하루에 11시간 정도를 한자리에 앉아 보내야 하는데, 언제든지 누가 나에게 말을 걸면 바로 응답할 수 있어야 해서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끼는 것도 불가능하다. 결국 적응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처음에는 정말 쉽지 않았다. 나는 감각이 많이 예민한 편이라서 주변의 모든 소리와 상황에 어쩔 수 없이 주의가 분산되었고, 그 와중에 내 할 일에 집중하려다 보니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일의 효율도 마음먹은 대로 나오지 않아서 답답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신경 써야 할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별하는 법을 조금씩 알게 되었고, 이제는 아무리 시끄러워도 주변 소리와 자극을 필터링하는 능력이 생겼다. 이런 경험이 일상생활에서도 꽤 도움이 되고 있다. 뉴욕의 복잡한 거리나 지하철처럼 소음이 많은 환경에서도 평정을 유지하고 나만의 고요함을 유지하면서 다닐 수 있게 된 것이다.


2. Do the right thing not the easy thing

'Do the right thing, not the easy thing.' 이 말은 우리 회사 회장님인 Jamie Dimon께서 연설이나 질의응답 시간에 자주 하시는 말이다. 일을 하다 보면 빠르고 손쉬운 길을 선택하고 싶은 유혹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럴 때마다 이 말을 떠올리게 된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리고 번거롭더라도 옳고 정확한 선택을 하라는 메시지는 회사의 좌우명처럼 느껴진다.

Jamie Dimon 회장님, 출처: 구글

예를 들어, 내가 어떤 보고서를 작성할 때 내용을 크게 바꾸지 않아도 될 만큼 사소한 포맷 작업이 필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런 작업이 나의 보고서를 읽는 여러 사람들이 필요한 정보를 더 쉽게 찾도록 도와준다면, 귀찮더라도 해야 할 일이다. 처음에는 ‘상사가 이런 디테일까지 기억할 리 없으니, 그냥 넘어가도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Jamie의 말을 떠올리며 결국 올바른 선택을 하게 된다.


이건 아주 작은 예시고, 더 중요한 순간에도 이 말은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금융기관에 근무하면서 알고 있는 정보를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 것,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윤리적인 책임이다. 나의 한 마디가 스스로와 회사를 불리한 위치에 놓을 수 있기에, 회사 외부 사람들과 대화할 때는 내가 한 말을 검열하며 신중하게 말하는 습관이 생겼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다. 쉬운 선택을 했다가 일이 잘못되어 다시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있었고, 어렵고 번거로운 길을 택했지만 결국 올바른 선택이었음을 깨닫고 스스로 뿌듯함을 느낀 적도 많았다. 놀라운 건, 쉬운 선택을 했을 때는 결국 일이 제대로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처음부터 옳은 선택을 하면 일을 두 번, 세 번 반복할 필요가 없다.


3. 나의 브랜드를 만들고 가꾸는 것

인턴십 첫날, 우리 회사 CIO인 Lori Beer 님의 연설을 들었다. 주제는 ‘퍼스널 브랜딩’이었다. 사실 그전에는 내 브랜드가 무엇인지, 어떤 브랜드를 추구하고 싶은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Lori 님의 연설을 들으면서 ‘결국 나의 퍼스널 브랜드가 내 커리어의 전부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Lori Beer 님의 연설장면, 출처:구글


너무 과장된 말 같아 보일 수 있지만, 커리어에서는 실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네트워크가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누군가가 나에 대해 물었을 때 떠올리는 이미지와 대답이 결국 나의 브랜드가 된다. 만약 내 브랜드가 탄탄하다면 좋은 기회가 주어질 확률이 높아지고, 그런 기회가 커리어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도 있다.


Lori 님의 연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How I do one thing is how I do everything.’이다. 한국어로는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과 비슷하다. 내가 어떤 일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이 곧 나를 정의한다는 의미다.

나와 자주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조금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고 해도 자주 일하기 때문에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하지만 나와 드물게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한두 번 함께 일을 하며 남긴 인상이 전부다. 그래서 한 가지를 하더라도 내가 어떤 브랜드를 보여주고 싶은지, 어떤 인상을 남기고 싶은지를 항상 고민하며 행동해야 한다.


최근까지도 신입사원의 위치에 있다 보니, 내가 구축하고 싶은 브랜드는 ‘신입이지만 일을 정확하게 해서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다. 감사하게도 작년 말 성과 평가에서 직속 상사분께서 나를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덕분에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브랜드를 잘 가꾸어 나가고 있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4.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하는 방법

잠이 덜 깬 아침부터 어둑해진 밤까지 일하는 하루가 반복되다 보면 햇빛을 볼 시간조차 거의 없어진다. 그러다 보니 해가 떴는지 졌는지조차 모를 때가 많고, 답답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오랜 시간 정장을 입고 앉아서 일하다 보면 다리가 붓고 몸이 뻐근해지며 불쾌감이 자주 찾아온다.


업무량의 부담감과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내가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더라도 항상 어떤 각성 상태로 지내게 만든다. 이렇게 매일 반복되는 날들 속에서 나의 에너지와 활력은 점점 고갈되고, 힘들 때는 감정을 조절하기 어려워진다. 처음에는 이러한 힘든 모습들이 내 얼굴과 행동에 그대로 드러났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주변 동료들과 상사분들이 나를 한결같이 친절하게 대해 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분들도 분명 힘들 텐데도 모두에게 친절하고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며, 내 기분이 내 태도의 영역을 지나치게 침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기분과 태도를 분리하는 건 정말 중요한 스킬이다. 아무리 회사에서 힘든 하루를 보내도 가족과 통화할 때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한다. 나의 불쾌감을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내기보다는, 일기를 쓰거나 운동을 하면서 스스로 해소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5. 스몰토크 스킬

월가에서 스몰토크는 어떤 직급이든, 어떤 직종이든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중요한 능력이다. 스몰토크는 보통 상대와 깊은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볍게 나누는 대화로, 주제는 무척 다양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비즈니스 관계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이나 일상적인 업무 중에 마주치는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가 이에 해당된다.)


처음엔 나도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음에도 스몰토크가 어렵게 느껴졌다. 상대방이 어떤 말을 했을 때 적절히 반응해야 하는 타이밍을 놓치거나, 내가 잘 모르는 주제로 대화가 흘러갈 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얼어붙는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런 대화 상황에 자주 노출되다 보니 점차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지 관찰하며 배우게 되었다.


스몰토크 스킬을 키우면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점은 상대방의 말에 관심을 가지고 기억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상대방이 이전 대화에서 했던 이야기를 기억했다가 다음 대화에서 언급하며 공감하거나 연결점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관계를 더욱 돈독히 만드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가족 이야기를 했던 걸 기억하고 안부를 묻거나, 그 사람이 좋아하는 스포츠 팀이나 관심사를 언급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식이다.


물론, 실수도 적지 않았다. 대화 주제를 잘못 선택하거나 분위기를 읽지 못해 어색한 상황을 만든 적도 있고, 말을 더듬거나 적절하지 않은 타이밍에 나의 이야기를 꺼낸 적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험들이 쌓이며 점점 나만의 대화 스타일과 단골 대화 주제를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여러 소셜 행사나 네트워킹 자리에서 스몰토크를 연습할 기회가 많다. 이런 자리에서는 내가 모르는 사람의 수가 아는 사람의 수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스몰토크를 시도해야만 한다. 처음엔 이런 상황이 부담스러웠지만, 점차 이런 자리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공통점을 찾아내고 관계를 형성하는 데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의외로 우연히 나눈 스몰토크에서 서로의 관심사나 공통점을 발견해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았다.

스몰토크는 단순히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관계를 확장하는 중요한 도구라는 걸 깨달았다. 덕분에 나 역시 스몰토크 스킬을 더욱 잘 다듬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지금도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일을 시작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회사 생활이 많이 버겁고 힘들 때도 있지만, 돌아보면 이 시간을 통해 내 인생에서 중요한 교훈들을 얻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낀다. ‘고통 없는 보상은 없다’는 말처럼, 힘든 순간마다 이렇게 힘든 이유가 있겠지, 내가 지금 얻는 게 분명히 있을 거야 하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버텨가는 중이다.


이 6개월 동안 배운 것들은 단순히 업무 스킬이나 직장 생활의 팁을 넘어, 삶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깨달음들이었다. 힘들고 지치는 날도 많았지만, 그런 날들 속에서도 새로운 배움이 숨어 있었고, 내가 조금 더 단단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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