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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ung Kim Apr 12. 2017

아날로그 감성을 찾아서

손목시계와 포켓 수첩, 그리고 CD 플레이어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이미지는 첨단과학의 끝판왕이자 개인의 취향을 저격하는 헤로인이다.


이 작은 물건이 주는-점점 작아지기도 했다가 또 다시 커지기도 하는- 엄청난 편리함을 누리고 살면서도 가끔씩은 좀 덜 똑똑해져도 좋으니 좀 느리더라도, 복잡하더라도 스마튼폰에서 벗어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고장 나서 처박아 두었던 시계를 고쳤다. 늘 매고 다니는 가방에 작은 수첩과 볼펜을 넣어두었다.


시간이 궁금하면 시계를 보고, 기억할 일이 있으면 메모를 한다. 사각사각 펜글씨를 정성 들여 쓰는 재미가 쏠쏠하다.


습관적으로 꺼내 들었던 스마트폰은 시간 간격을 한참 두고 꺼내 확인한다.


그래도 별일 없고 큰일 없다.

핸드폰 들여다 볼 시간에

오히려 주변을 돌아보게 되고 내 걸음걸이에 신경 쓰게 된다.

예쁘게 두 발을 모아 소녀처럼 폴짝 뛰어보기도 한다.

벚꽃들이 '나 좀 보세요' 하고 외치는 것 같다.

봄꽃이 만개하여 나도 모르게 사진을 찍었다.

'에이... 고새를 못 참고'


그냥 눈으로만 즐겨보자. 사진으로는 느낄 수 없는 향기와 바람을 감상하자.


어느 날, 아들 녀석이 선반에 꽂혀있는 몇 개 안 되는 음악 CD들을 꺼내어 자신의 CD 플레이어에 넣고 시작을 누른다.

20대 내 마음을 위로해 주던 노래들이다. 셀린 디옹, 에이브릴 라빈, 웨스트 라이프 등등.

Cover for the Céline Dion album A New Day Has Come (2002).


스마트폰으로 언제든 찾아들을 수 있는 노래를 이렇게 들으니 순간 아날로그 감성이 폭발해서 차근차근 열창해본다.


"엄마, 내가 엄마 좋아하는 노래 잘 찾았지? 기분 좋지?"


그래, 너무 말랑말랑하고 행복하다.


가끔은 옛날 얘기처럼 멀어진 아날로그 감성이 행복한 바람 한 줄기를 불어넣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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