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의 외근 이야기

미생이 완생이 될 때까지.

by Eunjung Kim

글을 쓰기로 다짐하고 난 후, 나는 매일 아침 가까운 카페로 출근한다.

원래 커피를 좋아하기에 젖먹이 아이를 데리고 열심히 다녔던, 가서 차 한잔 마시며 나를 위로하고 카페인으로 용기를 붇돋아주었던 곳. 그곳이 이제는 작업공간이 되었다. '작업'이라는 말이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침에 눈뜸과 동시에 출근, 잠자리에 누우면 퇴근인 전업주부인 나에게 카페는 제2의 직장과 같다.


제1근무지에서 외근 나와 일하는 프리랜서.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 가짐이 달라지고 삶에 생기가 돈다.


언젠가부터 아이가 유치원에 다녀온 후, 자꾸 물었다.


"엄마는 나 유치원에 있는 동안 뭘 했어?"


나는 잠깐이었지만 곰곰히 생각하고 답했다.


"영어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친구도 만나서 놀고. 엄마도 네가 유치원에서 생활하는 것처럼 많은 일을 해."


집에서 집안일하고, 돌아올 식구들을 위해 또 무언가를 준비하는 헌신적인 엄마의 모습을 강조할 뻔 했지만 나는 아이 앞에서 엄마의 모습보다 자연인 나로서의 생활을 이야기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조금더 구체적으로 그렇게 살고 싶었다.




글을 쓰겠다고 선언했지만, 그동안 내가 써온 글은 대부분 생활글들이었기 때문에 폭 넓은 글을 쓰기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게 밀도 높은 독서를 해야함을 깨달았다. 집에서 편한 쇼파에 앉아 읽던 독서와는 달라야했다. 몇 글자 읽다가 나도 모르게 걸레질을 하게되는, 빨래가 다 되서 책을 덮고 다시 집안일을 하게 되는 그런 토막 독서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아침일찍 남편과 아이와 함께 출근 준비를 하게 되었다.

아이를 유치원으로 보내고 나는 곧장 카페로 간다. 창밖이 보이는 자리에 앉아 작업도구들을 펼치고 커피 한잔과 함께 일을 시작한다.

먼저는 책을 읽고, 그날 분량을 발췌하고 여유가 되면 부족하나마 요약을 한다. 가끔 아는 사람을 만나면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인생이야기가 많다. 흘려들을 것은 흘려보내고 필요한 몇 가지를 적어둔다. 나중에 꼭 글로 써보고 싶어서 미리 양해도 구해두었다.

다른 약속이 없으면 노트북을 꺼내 글을 쓴다. 평소에 생각했던 것들을 적어서 다음 이야기를 쓸 아웃라인을 잡는다. 브런치에 발행한 글들은 대부분 그렇게 시작 되었다. 1주 이상 작가의 서랍 속에서 주제와 단어들로만 저장되어 있다가, 어느 날 뼈대와 살이 붙고 여러번의 고심 끝에 한 편의 글이 된다. 고심끝에라고 적었으나, 발행하고 며칠이 지나 다시 보면 졸작인 글들이라 가끔은 민망하기도하다. 그러나 일단 시작하고나니 재미있고, 논리적이면서도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다른 작가들의 글을 보면서, 나도 저런 글을 쓰고 싶다는 부러움과 질투로 괜히 의기소침해질때도 있으나 그런 날은 오히려 전의를 불태우게 된다. 커피 한잔 더 주문해서 다른 이들의 글을 읽고 공감가는 이유를 분석해보기도 한다.

집으로 가는 길, 나뭇 잎 사이로 보이는 하늘에서 낭만 한조각을 발견하고 감성 폭발한다.

그렇게 오전 외근을 마치고 집으로 복귀하는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볍다. 엔돌핀이 폭발해서 약간 들뜬 상태라고할까. 늘 하던 청소마저 신바람 나고, 가끔 기분이 더 좋으면 손수 아이 간식을 만들며 좋은 엄마 코스프레까지도 가능하다.


누군가와 글로 소통하고 싶고, 그것이 내가 할일이라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고 이야기를 듣고 삶을 이야기하기 위해 오늘도 카페로 출근한다.

지금은 미생이지만 완생을 꿈꾸는 욕망 아줌마의 발걸음은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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