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들에게 주고 싶은 스토리 푸드 레시피

Ep3. 돈카츠 냉메밀소바 정식

by Eunjung Kim

'여름 여름 여름, 즐거운 여름'

엄마도 어릴 적에는 여름이 늘 즐거웠던 것 같다.

여름방학, 외갓집, 물놀이, 수박, 옥수수, 미숫가루.

찌는듯한 날씨에 새까맣게 그을려도 나무 그늘에서 할머니가 타 주시는 시원한 미숫가루 한 잔, 잘 익은 수박 한 입 베어 먹으면 더위가 싹 가시곤 했던 그런 여름의 추억이 있어서 그렇겠지?(물론 더운 날에도 불 앞에서 음식을 해야만 하는 엄마가 되고 보니 여름이 마냥 좋지만은 않더라.)

우리가 독일에 살 때,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이 어린 너와 어떻게 네 번이나 여름을 지냈을까 생각해보았어. 습도가 낮아서 그늘에 있으면 견딜만한 더위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한낮의 더위를 피해 너를 데리고 마을 도서관, 마트, 서점, 카페를 전전하다 아빠 퇴근 시간에 맞춰 젤라또 하나를 사 먹었던 게 기억나네. 냉면 한 사발, 얼음 동동 가득한 진짜 아이스커피(아이스크림 커피 말고) 먹고 싶었는데말이지. 그렇게 여름 음식이 먹고 싶어 전전긍긍하다 찾게 된 게 바로 '냉메밀소바'였단다. 메밀국수를 차가운 장국에 찍어 먹는 일본요리인데, 면도 구하기 쉽고, 시판 장국만 구입하면 간단하게 먹을 수 있어서 냉면 대신 참 많이 먹었던 것 같아. 그땐 장국에 시원한 맛을 더해줄 무 대신 콜라비를 갈아 넣었는데, 3살 밖에 안 되었던 네가 콜라비를, 쫑쫑썰은 생파를 어찌나 잘 먹던지.

메밀면만 먹기에는 너무 헛헛해서 춘권이나 해물전을 같이 먹었는데 살짝 기름진 음식에 냉메밀소바는 참 맛있었어. 사실 메밀소바는 메인 요리라기보다는 정식 메뉴에 곁들여 먹는 사이드에 가까워서 제대로 먹으려면 돈카츠+우동 또는 메밀소바 이런 조합으로 먹어야 여름철 한 끼 식사로 충분하지. 그런 의미로 냉동실에 돈카츠 한 두장쯤은 있어야 해.(아쉬운 대로 냉동만두도 괜찮은 조합이 될 거야) 바쁘고 피곤하더라도, 부실하게 끼니를 때우지 않았으면 해.

돈카츠는 적당한 온도의 기름에 빠르게 튀겨야 하는데, 기름도 너무 많이 들고 또 조리 도중에 기름에 화상을 입을 염려도 있고, 폐기름 처리가 쉽지 않단다. 그러니 꼭 오븐에서 조리하길 바란다.(성능 좋은 오븐을 꼭 구입하던지, 오븐&전자레인지 겸용 오븐을 옵션으로 갖춘 집을 구하던지) 오븐에서 조리를 하면 시간은 조금 걸리더라도 돈카츠 표면만 촉촉해질 정도로 기름을 사용하면 되니까 여러모로 안전하고 편리해.

시판용 국시장국이 맛깔스럽기는 하지만, 시간 날 때 소스를 직접 만들어 놓으면 다양한 요리에 사용될 수 있을 거야. 소스 편을 따로 만들어 둘 테니 꼭 활용해보렴.

그럼 이제 시원한 한 끼를 준비하러 가볼까?

필요한 재료를 한 곳에 두면 냉장고를 여러번 여는 불필요한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단다.

• 조리순서
1. 냉동 돈카츠를 냉장실에서 해동시킨 후, 종이 포일에 돈카츠를 깔고 앞뒤로 올리브 오일을 뿌려준다.
2. 무를 깍둑썰기한 뒤 믹서에 곱게 갈아준다. (모래알보다 작은 정도 입자)
3. 쪽파와 가지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한 뒤, 쪽파는 쫑쫑 썰고, 가지는 어슷 썰기를 한 뒤 허브솔트로 밑간을 하고 앞뒤로 올리브 오일을 바른다.
4. 시판용 국수장국을 8 큰술에 생수 한 컵 반 넣고 냉장고에 넣어둔다.
5. 냄비에(속이 깊은) 끓는 물에 소금 한 꼬집을 넣고 소바면을 (부채 펴듯 펴서) 넣고 달라붙지 않게 잘 섞어준 뒤, 한 번 끓어오르면 냉수를 넣고, 한 번 더 끓어오르면 냉수를 한 번 더 넣고 센 불로 한 번 끓인 뒤 불을 끈다.
6. 면을 냉수에 넣고 빨래 빨듯이 헹구어 전분기를 빼준 뒤 채반에 바친다.
7. 면을 삶는 동안 180도로 예열된 오븐에 돈카츠를 겹치지 않게 놓고 20분간 익힌다.
8. 오븐을 열어 돈카츠를 뒤집은 뒤, 가지와 양송이버섯을 높은 올림대에 올려(2단짜리 오븐이면 2층에) 15분 정도 더 구워준다.
9. 돈카츠가 다 익으면 소바면을 면기에 담고 얼음 2~3알을 넣고 면이 2/3 정도 잠기게 장국을 부어주고 간 무, 쪽파, 자른 김을 고명으로 올린다.
10. 돈카츠와 구운 야채를 같이 담은 뒤, 돈카츠 소스를 뿌린 다음 사진을 찍고 맛있게 먹는다.


아, 오늘도 텃밭에 가지가 풍년이라 돈카츠를 구울 때 곁들여 구워봤어. 소금간만 살짝 해서 먹어도 좋고, 매콤하게 고춧가루를 뿌려서 구워도 맛있는 야채를 함께 곁들여 맛있는 한 끼를 먹길 바라. 너의 모든 식사를 응원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들에게 주고 싶은 스토리 푸드 레시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