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면 달라지는 것들>을 읽고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감사함을 느끼거나, 표현해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을 하더라도, 진심이 묻어 나오냐는 또 별개의 문제고요.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을 질릴 정도로 들었지만, 정작 무엇에 감사하거나 어떻게 감사해야 하는지, 애초에 왜 그래야 하는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즈음부터, 제가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프거나 다친 곳 없이 건강하다는 점이나, 넘치지는 않아도 나름대로 풍족한 수준의 경제적 여건만 해도 감사할 수 있는 점이죠. 감사하기 위해 필요한 건, 자신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냉정히 따져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자신과 남을 비교하면서 끊임없이 더 많은, 혹은 더 나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니라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설령 원치 않은 일로 불행해지더라도, 그 상황에서조차 무언가 배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태도. 단 한 번뿐인 인생을 비관으로 채워나가기보다, 더 나은 점을 바라보는 게 현명하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막상 감사하며 살려고 해도, 실질적인 지침이나 방법은 없는지 의문이 떠오릅니다. 당장 인터넷만 둘러봐도 감사하며 사는 삶에 대한 글을 찾아볼 수 있고, 관련 서적도 매해 쏟아져 나오는 실정인데도 말이죠. 이렇게 '감사'가 넘쳐나지만, 정작 우리의 일상에서 감사를 실천하는 이를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아마도 '감사'가 대단하고 거창한 일은 아니더라도 새삼스럽게 뭘 그런 걸 표현해야 하느냐는 태도에서부터, 무엇에 감사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무지 혹은 알고도 모른 척하거나 부정하고 싶은 심정 따위가 감사하는 일을 어렵게 만듭니다. 이럴 때에는 감사를 실천하는 이의 구체적인 이야기가 도움이 됩니다.
지난 11월 기준, 삼성 어카운트가 있으신 분이라면 교보 e-Book을 통해 <감사하면 달라지는 것들>이라는 책을 180일 동안 무료로 받아볼 수 있는데, 감사에 대한 접근은 물론이요 겸사겸사 매일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는 데에도 도움이 되실 겁니다.
<감사하면 달라지는 것들>은 사계절을 각각의 장으로 하여, 총 4개의 장과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자 제니스 케플런이 1년 동안 감사를 행하며 변화하는 삶의 궤적을 따라가는데, 자신이 체감하는 감사의 효과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동시에 구체적인 방법까지 소개하는, 효과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감사는 가장 가까운 자기 자신에서부터 시작해 배우자와 자식을 비롯해 가족, 일과 돈 등 일상생활의 여러 측면을 포함한 삶의 전 영역으로 확장됩니다. 나아가서는 건강은 물론이요, 만난 적도 없는 남에게 미치는 영향에 이르는 과정을 좇아가다 보면 감사의 대단한 효과에 읽는 이조차 탄복할 정도입니다
책을 읽으면서도 감사가 그렇게나 대단한 것인가 하고 자꾸만 의심이 고개를 치켜듭니다. 저 같은 독자들을 위해서 저자는 자신 역시 매사에 비관적이고, 쉬이 감사하지 않았으며 좋은 일이 10가지가 있어도 한 가지 나쁜 점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언급합니다. 그러니 한 번 감사의 효과를 믿어봐도 좋다고 말하지요.
이 책이 감사에 대한 기존의 책들과 차이점을 가지는 부분은, 감사로 인한 삶의 변화와 영향에 대해서 상식 수준의 이야기를 반복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인터뷰, 삶 속의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서 보다 다양한 층위에서 학술적인 정보를 제시한다는 점입니다.
모른다고 질문하는 일을 부끄럽게 여기거나, 지레짐작하고 넘기는 게 아니라 인맥과 경력을 총동원해 각계각층의 인물들과 감사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일상의 경험 몇 가지만 소개하고 겉핥기로 '그러므로 감사는 좋다'라고 주워섬기는 게 아니라 독자의 의욕을 고취하는 데에 톡톡한 몫을 합니다.
물론 독자가 직접 감사를 실천하기 전까지는 제아무리 감사가 좋다고 한들 의미가 없습니다. 그저 지식이 늘어났을 뿐입니다. 이제 책을 읽고 감사가 좋다는 걸 알았다면 그 이후는 온전히 독자에게 달려있습니다. 자기 계발이 진정으로 소용이 있으려면 책을 읽고 나서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 수반되어야 하니까요.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감사가 좋은 건 알겠지만, 감사를 한다고 해서 곳곳에 산적해 있는 문제와 부조리한 현실, 나를 둘러싼 어려움이 마법처럼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여타의 자기계발서가 그러하듯이 이 책 또한 사회적 문제까지도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버리는 건 아닌지 의구심도 듭니다.
그렇습니다. 이는 자기계발서가 극복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문제점입니다. 개인이 아무리 달라져도 환경이 달라지지 않으면 한계가 있습니다. 2010년 출간되었던 한병철의 <피로사회>에서도 이런 자기계발의 문제, 끝없는 긍정성의 강요와 개인의 성장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두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감사로 인해 우리 삶이 바뀌길 기대하기에는 눈앞의 현실이 팍팍하다는 걸. 감사해야하는 이유는 잘 알겠지만, 감사 이후의 삶은 그다지 희망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더욱이 감사에 대한 책은 이미 쏟아질 대로 쏟아져 있는 상황입니다. 구태여 이 책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까요?
그럼에도 감사의 의미와 중요성이 퇴색되지는 않습니다. 같은 일이라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삶을 대하는 관점은 물론 태도가 달라진다는 점은 분명하니까요. 어쩔 수 없는 일은 내버려두더라도, 선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바를 행해야만 합니다.
거창하게 할 필요도 없습니다. 일주일,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좋으니, 감사했던 것을 적어보고 그때의 기분을 떠올리며 있는 힘껏 느껴보는 거죠. 빛이 바랜 듯이 보였던 우리 삶에 찬란한 색채가 돌아오는 경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