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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Dec 12. 2019

1%만 남겨도 된다

<1% 독서법>을 읽고

<1% 독서법> 인나미 아쓰시 지음, 최수진 옮김


독서법에 대한 책을 보고 있자면 묘한 기분이 든다. 지금보다 책을 잘 읽기 위해서 또 ''을 읽어야 한다니.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리 이상한 것도 아니다. 책만 그런 건 아니니까. 무엇이든 실천이 뒤따르지 않던가. 그 예로 운동이나 요리, 악기 연주, 하다 못해 걷기나 호흡 같은 단순한 행위도 끊임없는 반복 속에서 예전보다 더 나아진다.


그럼에도 '독서법에 대한 책'은 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는지. 연습을 실전 같이 한다는 말처럼 일종의 형용 모순으로 보인다. 제아무리 실전을 염두에 두어도 연습은 연습일 따름이다. 독서법에 대한 책으로 우리는 대체 무엇을 얻게 되나? 다음번 읽을 책에 대한 예행연습? 그러면 독서법을 알아볼 게 아니라 그 책을 여러 번 읽으면 되지 않나?


물론 독서조차도 잘하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니, 독서법이 궁금한 측면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우선 독서를 '잘한다'는 것부터 따져봐야 한다. 이는 그 개념부터 정의하기 어렵다. 책을 보지도 않고 내용을 줄줄이 읊을 때까지 암기하는 게 잘하는 것일까 아니면 작가의 의도를 모두 파악하는 게 잘하는 것일까? 이쯤 되면 책을 펼치기도 전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그런 복잡한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자. 오늘 소개할 책은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으니. 독서법을 무림 비급처럼 거창하고 대단한 기술로 취급하거나, 학문적 성취를 전제해야 하는 딱딱한 이론으로 다루지 않고 그저 책이라는 사물과 독서라는 행위에 친근하게 다가가는 방법으로서 알려주는 것이 바로 <1% 독서법>이다.


책 <1% 독서법>은 총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에서는 그동안의 독서습관을 점검하며 책, 그리고 독서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게끔 돕고 있다. 2장은 독서에 적용할 수 있는 실천적 방법을 소개한다. 이어지는 3장에서 독서에 관한 여러 부담을 다루면서 독서에 보다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마지막으로 4장에서 독서의 효용과 더불어 독서를 위한 태도를 다루며 책의 내용은 마무리된다.


부록으로 저자가 서평을 썼던 책을 소개하고 있다. 국내 출간 여부에 따라서 나뉘어 있어, 추후 다른 책에 관심이 생긴다면 이를 참고해도 좋을 듯하다. 저자가 어째서 흥미롭게 느꼈는지 그 이유를 따라가 보거나 비판적인 관점에서 접근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책 제목만 놓고 보면 1%를 위한 독서법이라는 것인지, 아니면 1%들의 독서법이라는 것인지 정확한 의미를 유추해내기 어렵다. 책을 읽고 있으면 곧장 이해가 된다. 제목의 1%는 읽고 나서 책의 내용이 단 1%만 남아도 괜찮으니 독서를 즐기자는 것이 그 의미다.


저자는 책 내내 독서에 대한 부담감을 놓으라 주문한다. 독자는 책의 100%를 이해할 필요나 의무는 없다. 단 1%라도 좋으니 자신에게 의미 있는 무언가를 남기고 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저절로 독서가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애초에 모든 걸 기억한다니, 선천적인 능력이 없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독서에 부담을 느낀다면, 독서로 인해 자신이 바뀌기를 기대하는 마음과 또한 책을 전부 이해해야 한다는 압박 때문일 것이다. 저자도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기에, 그런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관점을 제시한다.


1%를 위한 독서법이 아닌, 1%라도 남기는 독서법. 독서가 꼭 무엇을 이루는 데에 도움이 되거나, 혹은 이를 통해 무언가 바뀌어야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기에 독서 자체를 즐기자는 것! <1% 독서법>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독서의 방법론'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독서법 중 '독보적이다'라고 할만한 것은 책에 따라 어울리는 음악을 선곡하여 음악과 함께 읽는다는 대목이다. 독서를 거창한 행위나, 침묵 속에 침잠하는 일로 파악하지 않고 생활의 일부로써 즐기는 게 좋다는 저자의 태도가 엿보인다.


이 뿐 아니라 게임하듯이 한 단계씩 미션을 클리어하는 느낌으로 책을 읽어도 좋다거나, 마침표나 문장의 리듬을 파악하여 이를 느끼며 읽으라는 조언은 기존의 독서법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다루어졌어도 친근한 표현으로 윤색되어 독자가 활용해보기에 부담감이 덜 하다는 장점이 있다.


백지를 펼쳐놓고 책의 내용을 내가 기억나는 대로 그리고 표현하고 싶은 대로 기록하는 '프리 스크랩'이나 독서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를 함양할 것을 권유하는 바탕에는 독서가 그 자체로 능동적인 행위이며 동시에 다른 결과와 상관없이도 우리 삶에 의미를 더할 수 있다는 저자의 관점이 깔려 있다.




책의 내용과는 그다지 상관없는 별개의 이야기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글의 서두에서 짧게 다루었듯이 독서법은 참으로 기묘한 분야다. 독서에도 정독이나 묵독, 숙독과 같이 몇 가지 방법론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를 소개하고 다루는 데에 그 의의와 목적이 있을 수 있겠다.


또한 책을 읽는다는 게 그저 종이 위의 문자가 무엇인지 식별한다는 단편적인 행동에서 그치지 않고, 작가는 물론 책 외부의 세계에 내재한 맥락을 따지는 일이기에 숙달이 필요하며 그에 따른 지침이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럼에도 마음 한 편에 존재하는 이 석연치 않음은 대체 뭘까.


혹여 독서법이 독서에 관심을 가지기 위한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의아하다. 독서법에 관한 책을 읽을 게 아니라, 아무 책이나 집어 들면 되니까. 독서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독서법에 대한 책을 읽을 필요가 딱히 없다. 그럼 대체 '독서법에 대한 책'은 대체 누굴 위한 것이며, 애당초 어떻게 존재하는 것일까?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독서법은 어떻게든 책을 읽게 만들려는 독서가들의 음모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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