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팟캐스트 '예스책방 책읽아웃'의 '어떤, 책임' 두 번째 책 소개입니다.
여행 하고 싶은 분들, 이 책을 대신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여행 가고 싶을 때 대신 읽으면 좋을 책'
방송은 오늘, 4월 27일(금) 올라갔습니다. 많이 들어주세요!
http://www.podbbang.com/ch/15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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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고 싶을 때 대신 읽으면 좋을 책'으로 제가 가져온 것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입니다. 두 분은 그런 일이 뭐 있으세요? '재밌다고들 하지만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저는 클럽 가는 거요. 20대 초반에, 친구들과 몇 번 갔었는데 아마 다시는 가지 않을 것 같아요.(웃음) 그리고, 예상하셨겠지만 월리스가 다시 하지 않을 일로 꼽은 것이 바로 여행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크루즈 여행이에요.
먼저 책 소개를 조금 할게요. 이 책에는 월리스의 에세이 아홉 편이 수록되어 있고요. 표제작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은 월리스가 일주일 간 카리브해 호화 크루즈 여행을 하고, 그곳에서의 일을 담은 글입니다. 이 엄청난 자본주의의 환락, 이른바 '응석받이'의 생활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게 하는 크루즈의 서비스, 그로 인해 느끼는 절망감 등을 아주 구체적으로 보고, 썼습니다. 저는 이렇게 괴짜스러운 작가, 정말 좋아하거든요. 특히 이 글은 작가가 <하퍼스> 잡지의 의뢰를 받아 쓴 150쪽 분량의 길지 않은 에세이인데요. 각주가 137개 입니다.(웃음) 두 페이지에 걸쳐 계속되는 각주도 있고요. 한 문장에 두 개의 각주가 있는 경우도 있고, 느낌표 하나가 각주인 경우도 있습니다. 재미있죠.
그런데 작가는 왜 크루즈 여행이 힘들었을까요. 작가의 괴로움을 짐작할만한 사건 하나를 소개해드릴게요. 배에 올라타자마자 벌어진 작은 사건입니다. 작가는 짐을 자기가 가지고 방으로 가려고 해요. 그런데 이 짐이라는 게, 담당자가 있어서 반드시 그가 손님 객실에 옮겨줘야 했던 거죠. 월리스는 그럴 필요 없다고 잘 얘기하고 짐을 직접 가져오는데요. 그 모습을 본 담당자의 상사가 자신의 상사에게 보고를 하고, 그 상사가 상사에게 보고하고, 해서 결국 이들이 죄다 해고되게 생긴 거예요. 고위 책임자가 월리스의 방에 찾아와 이 사실을 설명하고 '사과'를 하는데요. 월리스는 그러면 안 된다고, 다 자기 책임이라고 장장 십 분을 설명한 후에 그에게서 직원을 해고 하지 않을 거라는 약속을 받아냅니다. 그리고 이렇게 적었어요.
그리고 나는 이 사건으로 어찌나 기진맥진하고 불안에 시달렸던지 미드 공책 한 권을 거의 다 채울 지경이었으며, 지금 여기에서도 겨우 사건의 정신적 윤곽만을 흐릿하게 서술할 수 있을 뿐이다. 네이디어에서는 이런 일이 도처에서 벌어진다. 정신이 반쯤 나간 승객의 기대라도 훌쩍 넘어설 만큼 모든 승객의 응석을 철저히 받아주고야 말겠다는 강철 같은 결의의 증거들이.(『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76-77쪽)
누군가에게는 환상의 공간이겠지만 월리스에게는 그렇지 않았던 거예요. 이 사건 때문에 뒤에는 어떤 승무원에게 개입하고 싶은데도 참아요. 또 다시 이런 일을 만들고, 혹시나 그에게 해가 가면 꼭 죽고 싶을 것 같기 때문이라고 썼습니다. 월리스는 크루즈 여행을 하는 것이 마음껏 응석받이가 되는 일이라고 표현했는데요. 특히 이 괴짜스러운 작가의 눈에 다른 승객들은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보였던 거죠. 승무원들, 청소부들, 이들이 도대체 언제 자고, 어떻게 일을 하는지 궁금해해요. 저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들이 이 글을 읽었을까? 읽었다면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혹시 모른다면 또 얼마나 멋진 일일까? 하고요. 특히 월리스의 저녁 테이블을 담당했던 티보르라는 사람이 있어요. 월리스는 그의 친절함과 프로패셔널, 그의 꿈 등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나는 그를 좀 사랑하는 것 같다"(122쪽)고 말하는데요. 이 글이 1996년에 발표된 글이니까 티보르는 지금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 같아요. 티보르가 월리스에게 이 일로 돈을 모아서 고향에 돌아가 멋진 레스토랑을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거든요. 어딘가에서 그 꿈을 이뤘으면 좋겠고, 그곳에서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작가는 평생 우울증에 시달리고 결국 40대의 나이로 자살했거든요. 월리스는 지금은 세상에 없는 작가이지만 그가 발견한 티보르 같은 사람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참, 좋아요. 작가 덕분에 그런 사람이 우리한테는 남아 있는 거니까요.
뒷표지에 신형철 평론가의 추천글이 있는데요. 무엇보다 김명남 번역가의 번역에 "이 역서의 완성도는 거의 기적적이다"라고 평했다는 점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제목만 봐도 그렇죠.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이 원제가 'A Supposedly Fun Thing I'll Never Do Again'이에요. 굳이 직역하면 '다시는 하지 않을 재미있는 일' 정도가 될 텐데요. 이 번역 제목이 훨씬 말맛이 있지 않나요? 실제로 읽었을 때도 작가가 직접 쓴 글을 읽는 것처럼 느꼈어요. 저는 번역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독서가로서는 정말로 거리낌이 없는 책읽기를 했거든요. 번역가 분이 굉장히 잘 직조하신 느낌이었어요. 김명남 번역가 님께 박수.(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