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속에 넣어두고 사탕처럼 꺼내먹는 책

오은 시집, 『왼손은 마음이 아파』

by YeonSun

팟캐스트 '책읽아웃'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어떤, 책임'에 소개한 책입니다.


진행자인 오은 시인이 최근 두 권의 시집을 냈어요.

우리는 오은 시인 몰래 '오은 특집'을 준비했답니다.

사랑이 넘치는 방송- :)


이 방송은 몇 번이나 들었어요. 즐겁게 들어주시길.

http://www.podbbang.com/ch/15135




어떤 시를 함께 이야기하면 좋을까 생각했는데요. 먼저 저는 「움큼」이라는 시가 좋았어요. 짧은 시고요. 제목을 빼고 읽은 후에 제목을 보면 아, 하고 무릎을 치게 되거든요. 오은 시인께 낭독을 직접 청해 들어본 후에 이야기를 더 나눠보고 싶습니다.


겨울에는 눈을 뭉치고
봄에는 흙을 움켜쥐고
여름에는 사탕을 집고
가을에는 갈대꽃을 안고

이듬해 겨울에는
머리카락이 빠지고 있었다

무엇을 해도 되는 나이
그러나
아무것이나 하면 안 되는 나이

덮기에는 늦어서
겁을 집어삼켰다

(오은, 「움큼」 전문)


이 시를 읽으면서 ‘움큼’이라는 한 단어에 대해 곰곰이 궁리했을 시인의 마음을 생각하게 됐어요. 시인의 시집 『유에서 유』에도 「미시감」이라는 시가 있잖아요. 알고 있는 것을 자세히 들여다볼 때 새롭게 나타나는 것이 있죠. ‘움큼’이라는 단어는 우리 모두 알잖아요. 그런데 새로워요. 시 자체에는 생략되어 있는 제목을 넣어서 읽어보게도 됐고요. 시와 시의 제목이 이렇게 찰떡처럼 조직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시 읽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어요. 게다가 저희가 서로 알고 지낸 시간이 오래되진 않았지만 곁에서 본 시인의 모습이 있는데요. 그런 시인의 모습이 느껴지는 시도 있어서 재미있었어요. 「O와 o」라는 시가 특히 그랬어요. 이 시를 읽어보시면 시인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시집 읽는 즐거움은 몰입 같아요. 같은 시도 어떤 시간, 어떤 자세, 어떤 장소에서 읽느냐에 따라 다 다르죠. 심지어 오독을 해도 그것대로 의미가 있습니다. 오직 나만의 시가 되는 셈이죠. 지난 <어떤,책임>에서 소개한 <슬픔의 비의>에서 와카마쓰 에이스케의 말이 다시 떠올라요. 그는 "인생의 기로라고 부를 만한 사건은 그것이 자신에게 아무리 강렬했다 하더라도 타인과 공유할 수 없는 것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그 모든 것이 우리의 내면세계에서 일어난 나만의 '사건'이기 때문이다."라고 했거든요. 이런 거창한 이야기는 아니더라도, 저는 이 두 시집을 읽으면서 나만의 발견을 분명히 했다고 느꼈어요. 시인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웃음)



http://ch.yes24.com/Article/View/370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