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온기를 느끼게 한 책

이오덕, 권정생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by YeonSun

팟캐스트 '책읽아웃'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어떤, 책임'에 소개한 책입니다.


매번 말하지만 이번에도 주제에 딱 맞는 비장의 무기! :)


방송은 12월 7일(금) 올라갔습니다 :)

http://www.podbbang.com/ch/15135





이 책은 아동문학가 이오덕과 권정생이 주고 받은 편지를 묶은 서간집입니다. 권정생 선생님이 1969년 『강아지똥』으로 등단을 한 후에 1973년에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무명저고리와 엄마」라는 작품으로 당선이 됩니다. 이 당선 소식 맨 마지막 부분에 권정생 선생님의 주소가 있었어요. 안동군 일직면 조탑동 일직교회. 교회 한 구석 쪽방에서 교회지기로 가난하게 살면서 글을 써온 것인데요. 여기로, 이오덕 선생님이 갑자기 찾아옵니다. 당시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아동문학가로, 평론가로 활동하던 이오덕 선생님은

신춘문예에 당선된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을 보고 불쑥 찾아갔던 거예요. 권정생 선생님은 이 방문에 너무나 놀랐어요. 실은 이오덕 선생님께 써두고 부치지 못한 편지도 있었거든요. 그 편지에는 "선생님, 여가를 내셔서 언제 꼭 만나 주시기를 바랍니다. 선생님의 건필, 그리고 제게 많은 지도 편달을 빕니다."라고 적었죠. 그만큼 꼭 만나고, 대화하고 싶었던 분인데 이렇게 집으로 갑자기 찾아왔으니 얼마나 좋았겠어요. 그날 저녁 늦게까지 대화를 나눈 두 사람은 그때부터 편지를 주고 받게 됩니다. 이 책의 첫 편지는 그 만남 직후에 시작된 것부터 시작해요.

권정생 선생님은 폐결핵을 앓고 있었고, 혼자 가난하게 살았어요. 그러면서도 아동문학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았고요. 권정생 선생님의 집을 찾아가 그 모습을 발견한 이오덕 선생님은 자신이 어떻게든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 활동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하죠. 여기 편지를 보면, 이오덕 선생님은 어떻게든 지면을 마련하고, 권정생이라는 훌륭한 문학가를 알리기 위해서 얼마나 애를 쓰는지 알 수 있는데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출판이라는 게,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작가의 책 한 권을 내기가 정말 녹록치 않았던 거예요. 이오덕 선생님은 어떻게든 권정생 작가의 책을 출판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데요. 그 과정이 참으로 지난합니다. 무산되었다가 지연되었다가 해서 애를 태우죠. 권정생 선생님은 그것에 감사하면서도 계속 몸이 너무 아프고, 살림은 팍팍하니 가끔은 돈이 필요하단 이야기도 하면서 이오덕 선생님이 보내오는 돈을 받기도 하면서 자신의 고민과 마음을 털어놓습니다.

책은 크게 세 시기로 나누어 편지를 보여줍니다. 두 사람이 만난 초기 시절인 1973년부터 1975년은 말씀드린 대로 출판을 위해 애쓰는 장면들과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고요. 두 번째 부분은 서서히 권정생이라는 사람이 알려지고, 지면도 찾게 되고, 출판도 하게 되는 이야기가 있고요. 가장 밑줄을 많이 치게 된 부분인데요. 마지막 부분인 1982년부터 2002년까지의 편지들은 삶과 인간 본성과 아동문학에 대한 두 분의 깊은 생각들을 볼 수 있어요.


어쨌든 저는 앞으로도 슬픈 동화만 쓰겠습니다. 눈물이 없다면 이 세상 살아갈 아무런 가치도 없습니다. 산다는 것은 눈물투성이입니다. 인간은 한순간도 죄짓지 않고는 목숨이 유지되지 않는데, 어떻게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겠습니까? 내가 한 번 웃었을 때, 내 주위의 수많은 목숨이 희생당하고 있었고, 내가 한 번 만족했을 때, 주위의 사물이 뒤틀려 버리고 말았던 것을 어떻게 지나쳐 버릴 수 있겠습니까?


한평생 가난하게, 반성하면서, 어린이들을 사랑하면서 문학을 해온 분이 이런 글을 썼다는 생각을 하면 참 아연해집니다. 그러면서도 나를 반성하게 되고요. 이런 글을 시간을 뛰어넘어 지금의 내가 만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지금에나마 이런 생각을 읽고 내 태도를 점검할 수 있다면 그것은 얼마나 행운인지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그 행운을 곱씹으면 마음에 뭉근히 온기가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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