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
팟캐스트 '책읽아웃'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어떤, 책임'에 소개한 책입니다.
연속 '불현듯'님 취향 저격 책을 골랐습니다.
이 날 방송은 정말이지,
귤 까먹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즐거움을 만끽했네요.
방송은 11월 23일(금) 올라갔습니다 :)
http://www.podbbang.com/ch/15135
2016년에 나온 책이고요. 두 번째 책까지 나온 것으로 알고 있어요. 출간 당시에도 많은 분들이 좋아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이 책 아시는 분들도 많을 거예요. 두 분도 알고 계셨어요? 오늘은 책 이야기를 편하게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요. 역시 귤 까먹으면서는 이런 책을 도란도란 이야기하듯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왜, 에스키모 언어에는 눈을 의미하는 여러 단어들이 있다고 하잖아요. 언어와 경험이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하는데요. 오늘 소개할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는 어떤 언어에만 있는 단어들을 아주 예쁜 일러스트와 함께 모아둔 책입니다. 일종의 낱말 사전이라고도 볼 수 있고요. 제가 지난 시간에 소개한 『10의 제곱수』와 더불어 불현듯님 취향을 저격하려고 또 가져왔어요.
이 책은 우선 정말 소장해야 하는 책입니다. 그림책을 보듯 휘리릭 볼 수도 있지만 여기에서 분명히 좋아하는 단어 하나는 꼭, 반드시 만나게 될 거거든요. 생각날 때마다 책을 꺼내서 그 단어를 떠올리고, 또 새로운 단어를 기억하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지 저는 이번에 다시 책을 읽으면서 또 한 번 느꼈습니다. 실은 정말 여러 번 꺼내봤던 책이거든요. 정말 좋은 책이에요.
가령, 제가 제일 좋아하는 단어 그러니까 완전히 제 안에 자리잡은 단어는 일본어인 '코모레비'입니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라는 뜻의 단어고요. 식물 좋아하는 제가(웃음) 볕 좋은 날, 특히 여름에 완연한 초록색의 잎사귀를 낸 튼튼한 나무 밑에서 햇살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 아, 코모레비. 이러곤 해요. 정말 좋아하는 단어입니다. 또 뭐가 있을까요. 이 단어는 정말 예쁩니다. 타갈로그어로 '킬릭'이라고 하면 '배 속에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듯한 기분'을 말합니다. 로맨틱하거나 귀여운 상황이 벌어졌을 때 쓰는 단어래요. 썸 탈 때? 이런 기분을 많이 느낄 수 있겠죠. 그리고 혹시 두 분 '윤슬'이라는 단어 아시죠?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말하는데요. 여기에도 비슷한 단어가 있습니다. 스웨덴어로 '몽가타'라고 하면 '물결 위로 길처럼 뜬 달빛'을 말하는 거예요. 그리고 저는 가끔 불현듯님에게서 '티암'을 발견하는데요. 페르시아어인 '티암'은 누군가를 처음 만난 순간 반짝이는 눈빛입니다. 그리고 프엄님의 인스타에서 아이 사진을 볼 때면 '나스'를 봐요. 우르드어로 '조건 없이 사랑받고 있다는 걸 알기에 느끼는 긍지와 자신감'이에요. 모든 어린이들에게서 나스를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무엇보다 핵공감하는 단어는 이디시어의 '트렙베르테르'입니다. 직역하면 아래층 계단의 말. 상대방의 말을 멋지게 되받아칠 수 있는 말이지만 꼭 뒤돌아선 뒤에야 떠오르는 것을 뜻합니다. 또 독일어는 좀 재미있었어요. 단어를 잘 만드는 언어인 것 같아요. 무슨 의미인가 하면요. 독일어로 '쿰메르스페크'는 무슨 뜻일까요? 힌트를 드릴게요. 직역하면 슬픔의 베이컨이라는 의미입니다. '부정적 정서로 폭식을 하게 되어 불어난 몸무게'를 의미한대요. 재미있죠? 또 있어요. '카벨 잘라트' 이건 직역하면 '케이블 샐러드'거든요. 엉망으로 헝클어진 케이블선 더미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한국어는 딱 하나 있어요. '눈치'(웃음) 눈에 띄지 않게 다른 이의 기분을 잘 알아채는 미묘한 기술.
이 책은 너무 좋아하는 루시드폴님께서 번역을 하셨어요. 재미있는 번역이 있는데요. 우르드어의 '고야'라는 단어의 설명 부분을 이렇게 번역했어요.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읽어줄 때, 정말 일어난 일처럼 믿게 만드는 고도의 구라'. 거짓말이 아니고 구라라고.(웃음) 재미있었어요.
여러분도 이 책을 보시면 귤 까먹는 시간이 아주 재미있는 시간으로 만들어지리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