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초에 선물하면 좋을 책

앨런 홀링허스트, 『아름다움의 선』

by YeonSun

팟캐스트 '책읽아웃'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어떤, 책임'에 소개한 책입니다.


소설 좋아하시는 분들,

문장에 매혹되시는 분들,

두께에 속지 마시고 읽어보세요. 정말 아름다운 소설입니다.


방송은 12월 21일(금) 올라갔습니다 :)

http://www.podbbang.com/ch/15135




두툼하죠? 600쪽이 넘는 분량의 장편소설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제가 친구에게 선물을 받은 책이에요. 선물 받고 무척 기뻤어요. 한 편의 소설, 그것도 처음 만나는 작가의 소설은 언제나 설레잖아요. 작가 소개부터 할게요.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이름이지만 영미권에서는 이언 매큐언, 줄리언 반스, 가즈오 이시구로 등 대가들과 함께 거론되는 작가이고요. 2004년에는 이 작품 『아름다움의 선』으로 맨부커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맨부커, 이제는 우리에게 익숙해진 이름이죠.(웃음) 그런데 수상 당시 풍경이 흥미롭습니다. 앨런 홀링허스트는 커밍아웃을 한 게이예요. 그가 발표한 소설들은 모두 게이가 주인공이고요. 물론 이 작품도 그렇습니다. 여기에는 남성 동성애자들의 사랑, 섹스가 자유롭게 펼쳐지는데요. 이에 대해 작가는 맨부커상 수상 당시에 한 인터뷰에서 "소설이 당연한 듯 이성애자의 관점에서 쓰이는 것처럼 이런저런 변명을 덧붙이지 않고 게이의 관점에서 게이의 삶을 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당연한 말이고, 달리 덧붙일 말 없는 말이죠. 하지만 게이소설이 맨부커상 수상을 했다는 사실에 언론은 크게 들썩였습니다. 상이 제정된 지 36년 만에 처음 선정된 게이소설이라는 점을 들어 어떤 언론은 '게이 섹스가 부커상을 타다'라는 제목을 내기도 했으니까요. 참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데요.

영국 사회에 한정해서 조금 들여다보면요. 1950년대까지도 연간 1,000여명이 동성애로 구금이 됐고요. 1967년에 이르러야 21세 이상 성인의 사적 성행위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법제화했습니다. 소설은 1980년대의 영국 상류사회를 가까이서 보여주는데요. 여전히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멸시가 만연하다는 사실을 알게 합니다. 그런 장면도 종종 나오고요. 그리고. 몇십 년이 지난 2000년대 초반에도 게이소설이 맨부커상을 탔다는 사실에 어떤 사람들은 편견을 고스란히 드러냈던 거죠. 하지만 저는 대단히 반갑고 흥분됐어요.

예스24 페이지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작가가 선정한 내 맘대로 올해의 책 페이지를 봤어요. 거기 김현 시인이 김봉곤 작가의 『여름, 스피드』를 꼽으면서 이렇게 적었더라고요.


"이 책을 올해의 소설로 꼽는 데 주저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이유는, 이 책이 한국문학사에서 거의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오로지 성애를 갈망하는 게이(들)의 서사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다른 게 더 필요한가? 한국문학이 오래 기다려왔지만, 어쩌면 가장 빨리 잊고 말 이 소설집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저는 똑같은 이야기를 이 소설 『아름다움의 선』에 대해 하고 싶고요. 무엇보다 1980년대 시기 영국 사회의 세밀한 풍경을 한 편의 아름다운 소설로 만나게 되었다는 사실이 책을 다 읽은지 며칠이 지난 지금도 아주 든든하고, 근사한 기분이 듭니다.

3부로 이루어져 있고, 1장부터 18장까지 나뉘어 있는데요. 각 장이 훌륭한 한 편의 단편소설 같기도 해서 지루한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썬데이 텔레그래프>의 추천사를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책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영어로 쓰인 소설로서 이 이상 좋을 순 없을 것. 거의 모든 문장이 아름답고 전체적인 재미도 놓치지 않는다. 대처와 에이즈 시대를 환기하는 최고의 작품.



http://ch.yes24.com/Article/View/37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