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있어 다행이야

프리모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

by YeonSun

(밀린 책 소개를 벼락치기 2편;;;)


팟캐스트 '책읽아웃',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어떤, 책임'에 소개한 책.


이번 주제는 '이 책이 있어 다행이야'입니다.

드디어... 책 소개 약 1년 만에 저의 독서 지도의 중심! 프리모 레비를 소개하였습니다.

더 잘하고 싶었는데 아쉬웠어요ㅠ


방송은 2월 1일(금) 올라갔습니다 :)

http://www.podbbang.com/ch/15135




프리모 레비는 유대계 이탈리아인이고요. 1943년,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 극에 달했을 시기에 아우슈비츠로 가서 1945년 러시아군에 의해 아우슈비츠가 해방될 때까지 갇혀서 생활을 했던 홀로코스트의 피해자입니다. 1945년 수용소에서 나와 몇 달에 걸쳐 힘들게 고향으로 돌아온 레비는 그 직후에 바로 이 책, 『이것이 인간인가를 집필해요. 그리고 2년 뒤 여러 대형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지만 거절 당하죠. 결국 유명하지 않은 작은 출판사에서 초판 2,500부를 찍고 출간된 후 절판이 됩니다. 그러다가 10년이 지난 1957년에 유명 출판사에서 재출간이 되고 그때부터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세계에 번역도 되면서 꾸준히 읽히고 지금까지 사랑 받는 책이에요.


프리모 레비는 “심판자보다는 증언자 역할이 좋다”고 말했거든요. 이 책은 본인이 직접 겪고, 눈으로 본 일들만 썼다고 하고요. 자신이 당한 일에 대한 절망이나 한탄 보다는 침착하고 정제된 언어로 관찰하는 글이 참 인상적이에요. 특별히 악하지 않아서 악한 사람들, 보통의 사람들이 행하는 악함을 들여다보는 일이 너무 힘든 일이고요. 바로 그 부분이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많은 질문과 숙제를 주는 것 같은데요. 이 책에도 사실은 그런 인물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런데 놀랍게도 안 그런 사람이 한 명 있어요. 저는 이 얘기를 할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려요. 한 이탈리아인 노동자가 프리모 레비에게 만날 때마다 빵을 주고, 배급 받은 음식을 남겨서 주고, 기운 스웨터를 줬던 거예요. 어떤 자부심이나 기쁨도 없이 아주 평범하고 지극히 당연한 일처럼 그 일을 행했던 거죠. 그의 이름이 로렌초인데요. 그에 대해 쓴 부분을 읽어드릴게요.


나는 지금 내가 이렇게 살아 있게 된 것이 로렌초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물질적인 도움 때문이라기보다는 그의 존재 자체가 나에게 끝없이 상기시켜준 어떤 가능성 때문이다. 선행을 행하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평범한 그의 태도를 보면서 나는 수용소 밖에 아직도 올바른 세상이, 부패하지 않고 야만적이지 않은, 증오와 두려움과는 무관한 세상이 존재할지 모른다고 믿을 수 있었다. 정확히 규정하기 어려운 어떤 것, 선善의 희미한 가능성, 하지만 이것은 충분히 생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인간이 아니다. 그들의 인간성은 땅에 묻혔다.(중략) 하지만 로렌초는 인간이었다. 그의 인간성은 순수하고 오염되지 않았다. 그는 이 무화無化의 세상 밖에 있었다. 로렌초 덕에 나는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프리모 레비는 자신의 딸 이름을 '로렌차', 아들 이름을 '로렌초'라고 짓습니다.



http://ch.yes24.com/Article/View/38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