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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 Mar 18. 2022

빗소리 들으러 가자

저 위로

비가 오는 날이면 그는 나를 태워

서울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팔각정으로, 낙산공원으로,

하물며 근처 공영주차장 꼭대기 층으로.


이른 시간대에는 뜨거운 커피를,

늦은 시간대에는 무알콜 와인을 준비해

늘 나를 데리러 왔다.


차창을 조금 내리고

오디오 볼륨을 낮추어

토독토독 투루룩 빗소리를 듣게 했다.


앞 유리의 빗방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서로의 눈을 마주봤다가 손을 맞잡았다가

와인을 홀짝거리다 노래를 흥얼거리다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을 가만히 가만히..


나는 비 오는 날을 좋아했던가,

그저 그 시간이 좋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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