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위로
비가 오는 날이면 그는 나를 태워
서울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팔각정으로, 낙산공원으로,
하물며 근처 공영주차장 꼭대기 층으로.
이른 시간대에는 뜨거운 커피를,
늦은 시간대에는 무알콜 와인을 준비해
늘 나를 데리러 왔다.
차창을 조금 내리고
오디오 볼륨을 낮추어
토독토독 투루룩 빗소리를 듣게 했다.
앞 유리의 빗방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서로의 눈을 마주봤다가 손을 맞잡았다가
와인을 홀짝거리다 노래를 흥얼거리다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을 가만히 가만히..
나는 비 오는 날을 좋아했던가,
그저 그 시간이 좋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