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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 Mar 04. 2022

생의 몫

삼일절을 기리며

이 생의 너는

하지 않았어도 될 일을 함으로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겪었다.


열 손가락의 손톱이 뭉그러지도록,

눈과 코와 입이 헐어

앞도 봬지 않고 냄새도 맛도 느끼지 못하도록,

감당할  없을 정도의 분노로

심장이 들끓어 목에 차도록


이 생의 너는

원통하여 눈물조차 흘리지 않았다.


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애국을

마땅히, 당연히 좇으며 후회조차 할 줄을 몰랐다.



아이야,

다음생의 너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태어나

그 어떤 것도 하지 말아라.

고통도 분노도 느끼지 말거라.


그저 세상을 꽃으로만 보는 몽상가로 태어나,

그래서 한심하다 손가락질 받더라도

다음 생은 그리 바보처럼만 살다 가거라.


아이야,

네 생의 가치는 이번 생으로 몫을 다 하였다.


다음 생의 너는

온실 속 화초가 되어

그저 웃다가, 즐겁다가,

행복하여 눈물을 흘리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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