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을 기리며
이 생의 너는
하지 않았어도 될 일을 함으로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겪었다.
열 손가락의 손톱이 뭉그러지도록,
눈과 코와 입이 헐어
앞도 봬지 않고 냄새도 맛도 느끼지 못하도록,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분노로
심장이 들끓어 목에 차도록
이 생의 너는
원통하여 눈물조차 흘리지 않았다.
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애국을
마땅히, 당연히 좇으며 후회조차 할 줄을 몰랐다.
아이야,
다음생의 너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태어나
그 어떤 것도 하지 말아라.
고통도 분노도 느끼지 말거라.
그저 세상을 꽃으로만 보는 몽상가로 태어나,
그래서 한심하다 손가락질 받더라도
다음 생은 그리 바보처럼만 살다 가거라.
아이야,
네 생의 가치는 이번 생으로 몫을 다 하였다.
다음 생의 너는
온실 속 화초가 되어
그저 웃다가, 즐겁다가,
행복하여 눈물을 흘리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