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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 May 17. 2022

우울감을 지나기 위하여

존재하기

겉잡을 수 없이 우울해지는 때가 있습니다.


끈적한 젤리를 밟은 것 마냥 땅에서 발을 떼려면

온몸의 근력을 써야하는 때 말입니다.

온 혈관에 미세전류가 지르르 흐르는 듯

어떤 약을 먹어도 몸살 기운이 떠나지 않습니다.


이 시기에는

뇌의 무게가 느껴지는 것만 같은 묵직함과

날씨와는 관계없는 습함에 눌려

숨마저 몰아쉽니다.


지나가는 누구라도

모래지옥으로 끌려들어가는 내 손을 잡아

끌어올려주기를 바랍니다.


이 우울감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우울감의 근원을 명명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울감을 지나기 위한

가장 그럴 듯한 방법은

'그냥' 있는 것 뿐입니다.


기대하지도 원망하지도 바라지도 마세요.

그냥, 가만히 있어봅니다.

그저, 존재해봅니다.


내일은 내딛는 발바닥에

단단한 무언가가 닿기를 바라봅니다.

내일의 걸임이 오늘보다 약간은

수월해지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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