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게로
나는 네가 하도 예쁘다, 예쁘다해서
내가 정말 예쁜 줄 알았지.
네 곁에서 빛나던 것 뿐이었는데,
온전히 네가 날 빛내던 것 뿐이었는데.
나는 여전히 날씨가 좋으면
생각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해.
따스한 바람은 나를
잠시나마 네 곁으로 데려가 줘.
그러면 어느 날은 심장이 터질 것 같다가
어느 날은 원망으로 울화가 치밀다가
또 어느 날은 그리움에 숨이 차올라.
이 모든 감정들이 날 아프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바람을 기다려.
너를 생각하는 순간에 살아있음을 느껴.
내 존재의 이유가 너를 추억하기 위함이라 말하면
너는 내게 또 헛꿀밤을 먹이겠지만
이렇게나마 네가 싫어하는 행동으로 복수를 해.
언제고 닿을 수 있지만 닿지 못하는 곳의 네게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미운 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