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평안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고양이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끼 길고양이들이 어린 사람 친구들과 장난을 치고
비가 오는 날이면 통행에 방해되지 않는 구석마다
간이 스티로폼 지붕들이 생긴다.
동물 친화적인 동네가 사람에게 차가울 리 없지 않은가.
골목마다 자리 잡은 카페와 꽃집과 빵집은
신상이 나오면 서로 나누기 바쁘다.
단골 카페에는 단골 강아지가 오고
그 강아지의 이름을 묻다 어느새 나도 그 일원이 된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깨닫는다.
아, 이게 바로 ‘적을 둔다’라는 거구나.
출근길에 이웃에게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는 것이
얼마나 그날의 기운을 그득하게 채우는 일인지 모른다.
이 색다른 소속감에 취해 나는
이 곳에, 이렇게 적을 두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