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우리네 일상에서 꽤 자주 마주치는 문구이다.
그렇다 해서 그 가치가 닳아 없어지지는 않는
소중하게도 식상한 표현법.
마알간 파란 하늘에
싱싱하게도 초록으로 빛나는 나무들.
흐드러진 잎을 가진 거대한 나무들이
습기 하나 없는 달큼한 가을 바람에
이리도 휩쓸렸다가, 저리도 휩쓸렸다가.
이 '푸름'들의 합작을
적당히 불편한 풀바닥에 누워 지그시 들여다본다.
저 멀리 낯선 이의 낯설지 않은 노래들이
바람을 타고 내게로 스쳤다 멀어졌다를 반복하면
나는 생각한다.
이 바람은 어느 누군가의
어떤 마음을 어루만지고 내게 닿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