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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 Sep 15. 2022

안식법

저마다의

그런 밤이 있지 않은가.

언제고 나를 품던 방 한구석이

묘하게 낯선 향기를 풍기는 그런 밤.

끈적끈적 땅에 자꾸만 들러붙는 발걸음을

꾸역꾸역 외면하고 마주한

오, 나의 홈 스윗 홈......


이런 밤은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나만의 안식 행동이 뒤따른다.

창가의 조명만을 밝히고,

암막 커튼을 활짝 젖히고,

LP 플레이어의 볼륨을 크게 높히고,

빌리 아일리쉬의

따뜻하게 음침한 목소리를 안주 삼아

와인 잔 한 가득 레드 와인을 마신다.


그러면 낯섦은 사라지고

종교가 없는 나는 허공에 대고 기도를 새긴다.

부디, 나의 삶의 마지막 밤이 오늘과 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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