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그런 밤이 있지 않은가.
언제고 나를 품던 방 한구석이
묘하게 낯선 향기를 풍기는 그런 밤.
끈적끈적 땅에 자꾸만 들러붙는 발걸음을
꾸역꾸역 외면하고 마주한
오, 나의 홈 스윗 홈......
이런 밤은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나만의 안식 행동이 뒤따른다.
창가의 조명만을 밝히고,
암막 커튼을 활짝 젖히고,
LP 플레이어의 볼륨을 크게 높히고,
빌리 아일리쉬의
따뜻하게 음침한 목소리를 안주 삼아
와인 잔 한 가득 레드 와인을 마신다.
그러면 낯섦은 사라지고
종교가 없는 나는 허공에 대고 기도를 새긴다.
부디, 나의 삶의 마지막 밤이 오늘과 같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