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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 Dec 14. 2022

모순적인 것들

묵인과 용인의 순간들

'쿰쿰하면서 상쾌한'

'아프게도 눈부신'

'넘치도록 텅 빈'

이런 모순적인 어구들이 좋다.


흑과 백으로, 모와 도로 나뉘지 않는

애매모호한 것들을 품는 것이 좋다.

낭만을 좇고 자연을 갈망하지만

도심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않는

명명백백 현대인인 내가 묵인되는 것이 좋다.


옷장 깊숙히 들어앉은 코트가 풍기는

쿰쿰하면서 상쾌한 박하향,

선선한 바람에 속아 들어올린 얼굴에 쬐는

아프게도 눈부신 가을볕,

헛헛함이 짙어지는 만큼

넘치도록 텅 빈 마음.


모순적인 어구들은 마음 한 켠을 건든다.

쿡쿡 찌르기도 하고 가득 채우기도 한다.

숨이 턱 막히게도, 숨을 쉬게도 한다.

모순적인 것을 용인하는

즐겁게 괴로운 순간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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