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인과 용인의 순간들
'쿰쿰하면서 상쾌한'
'아프게도 눈부신'
'넘치도록 텅 빈'
이런 모순적인 어구들이 좋다.
흑과 백으로, 모와 도로 나뉘지 않는
애매모호한 것들을 품는 것이 좋다.
낭만을 좇고 자연을 갈망하지만
도심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않는
명명백백 현대인인 내가 묵인되는 것이 좋다.
옷장 깊숙히 들어앉은 코트가 풍기는
쿰쿰하면서 상쾌한 박하향,
선선한 바람에 속아 들어올린 얼굴에 쬐는
아프게도 눈부신 가을볕,
헛헛함이 짙어지는 만큼
넘치도록 텅 빈 마음.
모순적인 어구들은 마음 한 켠을 건든다.
쿡쿡 찌르기도 하고 가득 채우기도 한다.
숨이 턱 막히게도, 숨을 쉬게도 한다.
모순적인 것을 용인하는
즐겁게 괴로운 순간들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