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사람이었나
끝은 시작을 돌아보게 한다.
연말이 되니 사람들은 지난 올해를 기리고
곧 올 해를 대비해 작심한다.
나의 2022년은 어땠는가.
다른 이들의 연말소감문을 읽다가
골똘히 곱씹어본다.
그러다 특이점을 발견한다.
이번 해의 나는 목표가 없었다.
그러므로 노력하지 않았다.
말인 즉슨, 노력없이 그저 존재했단 것이 아니라
목적지를 정해놓고 그곳으로 달려가지 않았단 뜻.
그런데도 해낸 것이 많다.
하루하루를 뭐라도 하며 살았더니
할일이 야금야금 계속 늘어났다.
1년 반에 걸쳐 공부하던 학위를 취득했고,
소소한 자격증들을 땄고,
설렁설렁 시작했던 모임의 운영진이 되었고,
그 모임에서 글 전시회를 열었고,
귀한 인연들을 곁에 머무르게 했고,
등산이라는 새로운 취미를 가졌다.
열심히 살고자 안했더니
열심히 놀고 열심히 일한 사람이 되어 있다.
열심히 살기 위해 이악물고 발버둥치던 때는
콧방귀라도 뀌듯 온몸을 짓누르더니.
지난 날과 올해의 나는 어떻게 다르길래,
올해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길래.
우선 당장 떠올려 본 특이점들은
시절인연에 아파하지 않고
오는 인연 귀한 줄 알던 것.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낸 것.
일단 해본 것.
나를 모르는 사람이 하는 말에 휘둘리지 않은 것.
그리고 본인의 장점과 단점을 직면한 것.
이것들을 보자니 나이드는 것이 설렌다.
내년이 끝날 즈음의 나는 고목이 되어있을까?
모쪼록 내게 오는 많은 이들을 품고
나 한 그루만으로도 풍성한 이파리를 뽐내는
멋진 나무같은 인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