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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부쩍 혼자 보내는 시간의 맛을 곱씹습니다. 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 또한 맞기도 하지만 나는 사실 혼자일 때 가장 충만히 행복합니다. 나의 취향이 혹여 다른 이를 방해하진 않을까, 내 감정과 감성이 평가받지 않을까란 걱정따위 없는 온전한 혼자만의 시간이 비로소 나를 만족감으로 가득 채웁니다.
혼자인 나는 중천이던 해가 질 때까지 가만히 숲을 바라보기도 하고요, 재즈와 올드팝을 수십 번 반복해 듣기도 하고요, 허리가 배기도록 누워 책을 읽다 하늘을 유영하는 구름을 좇기도 하고요, 놀이터 그네를 타며 아이스크림을 먹기도 합니다. 아무도 보지 못한 표정을 지으며 큰 숨을 내쉴 때서야 나는 잠시 잊었던 생을 느낍니다. 죽음과 가까워지는 순간에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처럼요. 그래서 체력도 미달인 내가 자꾸만 산을 오르는 거일 수도 있겠어요.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고통과 그것으로부터의 해방감 때문에요.
나에게는 그림 작가인 친구가 한 명 있는데요, 그 친구는 그림을 통해 고독에 대해 말합니다. 그 메세지를 이해하는 데 3년이 걸렸어요. 고독이 주는 만족의 포만감을 이제야 알게 된 겁니다. 마음이 최대로 고요해지는 순간의 말도 안되는 행복감을 드디어 인지한 거예요. 그가 말하는 고독에 나만의 해석과 이야기를 얹었더니 내 삶은 이전보다 조금 더 풍요로워졌어요.
나는 늘 내가 동그란 원구 안에 살고 있단 생각을 해요. 사방이 막혀 깜깜한 원구 안에서 나의 견문과 사고력이 넓어지는 만큼 내 주위로 불빛이 생기고 딱 그만큼이 내 세계의 크기인 거죠. 세월이 흐르며 빛의 구역이 하나 둘 늘어나면 내가 사는 세상은 더 커지겠죠. 그럼 품을 수 있는 것들도 늘어날 거예요. 나의 세계가 더 넓어지도록 늘 노력하곤 있지만 사실 참 어렵습니다. 쉽지 않아요. 다행히 올해는 고독한 순간을 사랑하게 되면서 내가 사는 원구 안에 빛이 한 줄기 더 들어섰어요. 운이 좋았죠. 이건 이해의 영역이 넓어졌단 뜻이기도 하니 소소하게 기쁩니다.
고독의 맛을 알아버린 후로 꿈이 하나 생겼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완전한 고독을 느끼는 거예요. 말이 참 모순적이죠? 나를 아는 사람들은 귀에 딱지 앉도록 들었겠지만 난 모순적인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이 달콤한 모순을 갈망하는 과정 속 나는 내내 설렙니다. 23년도 끝자락의 내 설렘을 들어주어 고맙습니다. 이야기를 들어준 당신의 마음에도 설렘이, 고요가, 또는 평온이 한 줄기 빛처럼 찾아들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