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속에 잠긴
나는 또 일상을 살아갈 거야.
봄에는 동백꽃을 보고 얼굴을 활짝 펴던 널 떠올리며
여름엔 폴라포를 찾아 편의점을 배회하던 널 떠올리며
가을은 하루종일 널 괴롭히던 재채기 소리를 떠올리며
겨울엔 눈보다 하얀 도자기로 나타난 야속한 널 탓하며
그리움과 미움이 차례로 날 덮쳐 오는 일상을 살 거야.
바래진 원망과 평생 해소되지 않을 아픔은
한 켠 구석에 웅크리고 있다가
일상을 곁들여 불현듯, 불쑥 솟아오르겠지.
오늘은 달이 오랫동안 아주 선명히 떠있어.
이 환하고 반짝이는 달을 한참 올려보다가
나는 순식간에 물속에 잠겨 버린 거야.
숨을 쉬기도 힘들 만큼 너를 그리는 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