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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 Nov 20. 2023

오늘도, 일상

물 속에 잠긴

나는 또 일상을 살아갈 거야.


봄에는 동백꽃을 보고 얼굴을 활짝 펴던 널 떠올리며

여름엔 폴라포를 찾아 편의점을 배회하던 널 떠올리며

가을은 하루종일 널 괴롭히던 재채기 소리를 떠올리며

겨울엔 눈보다 하얀 도자기로 나타난 야속한 널 탓하며

그리움과 미움이 차례로 날 덮쳐 오는 일상을 살 거야.


바래진 원망과 평생 해소되지 않을 아픔은

한 켠 구석에 웅크리고 있다가

일상을 곁들여 불현듯, 불쑥 솟아오르겠지.


오늘은 달이 오랫동안 아주 선명히 떠있어.

이 환하고 반짝이는 달을 한참 올려보다가

나는 순식간에 물속에 잠겨 버린 거야.

숨을 쉬기도 힘들 만큼 너를 그리는 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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