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편리 Oct 12. 2021

용기

아름답고 쓸모있고 탐나는 것을 보면    아귀에 틀어쥐고야 마는 사람이 있었다.

나도 어쩌면 그의 손아귀 안의 콜렉션 이었을지 모르겠다.

 몫을 해내는지 딱히 증명할 방법은 없으나, 굳이 다른 곳에 빼앗기지 않고 싶은 계륵같은 존재.

바람에 이리저리 자유롭게 흔들리는 꽃밭의 꽃을 보니 그의 손바닥 위가 내 세상의 전부였던 시절이 떠올랐다. 바람에 나부끼며 향기를 내는 이 자연스러움이 가장 아름다운 것을 그 때는 몰랐다.


자유라고 믿고 있던 속박을 벗어던졌고 난 그 누구보다 자유로워졌으나 나는 어쩌면 실망의 낭떠러지 위에 위태로이 서있는 것일지 모른다.

아마 그가 입버릇처럼 말했던 ‘넌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는 말의 실현일 수도 있겠지.


가장 나다운 아름다운 모습으로 향기를 퍼뜨리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다고, 죽이 되는 밥이 되든 내 꼴리는 대로 살 거라고 개소리라도 짖어댈 용기를 가질 때라고 믿는 수 밖에.

작가의 이전글 엄마는 자존감 도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