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쓸모있고 탐나는 것을 보면 꼭 제 손 아귀에 틀어쥐고야 마는 사람이 있었다.
나도 어쩌면 그의 손아귀 안의 콜렉션 이었을지 모르겠다.
제 몫을 해내는지 딱히 증명할 방법은 없으나, 굳이 다른 곳에 빼앗기지 않고 싶은 계륵같은 존재.
바람에 이리저리 자유롭게 흔들리는 꽃밭의 꽃을 보니 그의 손바닥 위가 내 세상의 전부였던 시절이 떠올랐다. 바람에 나부끼며 향기를 내는 이 자연스러움이 가장 아름다운 것을 그 때는 몰랐다.
자유라고 믿고 있던 속박을 벗어던졌고 난 그 누구보다 자유로워졌으나 나는 어쩌면 실망의 낭떠러지 위에 위태로이 서있는 것일지 모른다.
아마 그가 입버릇처럼 말했던 ‘넌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는 말의 실현일 수도 있겠지.
가장 나다운 아름다운 모습으로 향기를 퍼뜨리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맞다고, 죽이 되는 밥이 되든 내 꼴리는 대로 살 거라고 개소리라도 짖어댈 용기를 가질 때라고 믿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