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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epitup Dec 29. 2023

2023년 회고

올 한 해도 수고한 나를 스스로 다독이며

Keep

프리워커로서의 정체성을 갖기 위한 노력


새로운 일_원데이 클래스

좋은 기회로 올해 초부터 공방에서 원데이 클래스 강사로 일하게 됐다. 헤아려보니 한 해 동안 51회의 클래스, 2회의 단체 출강, 158명의 사람들을 만났다. 실수가 있었던 날도 있었고, 만족스럽게 해내지 못한 날들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의 부족함에 자괴감을 느끼기도 하고, 그만두고 싶었던 때도 많았던 것 같다.

그렇지만 프리워커 신분에 꾸준히 하는 일이 있다는 것은 재정에도, 심리에도 안정감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다른 장점으로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겪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사람들을 가까이서 관찰하면서 어떻게 하면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지, 나는 어떤 분위기의 사람이 되고 싶은지, 모르는 사람과 어떤 대화를 해야 하는지 등 사람 공부도 많이 했던 것 같다. 일하면서 늘 즐거웠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공방 선생님이 내 편의를 봐주시고 최대한 많이 챙겨주시려고 하시는 게 느껴져서 감사하다.


코딩

작년 퇴사 후 3개월 정도 설렁설렁 코딩 공부를 했던 이후 처음으로 다시 코딩 공부를 시작했다. 데이터 엔지니어로 일했던 백그라운드를 뒤로 하고, 가장 외주 일이 많은 프론트엔드 공부를 하고 있다. 작년에는 프론트엔드 공부 하는 것이 재미없었는데, 고심 끝에 공부하는 방식을 바꾸니 이제는 재미를 붙였다.

그리고 코딩 블로그를 새로 만들고, 도메인도 연결했다.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서 도움이 되는 자료를 만들고 싶은데 아직은 기록에 의의가 있는 콘텐츠만 발행하고 있는 느낌이긴 하다.

올해로써 코딩을 시작한 지 만 5년이 지났다. 개발을 공부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코딩 근육’은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참을 쉬다가 다시 공부하고 있지만, 그래도 예전에 했던 것들이 새록새록 기억이 나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꾸준히 공부해서 포트폴리오도 만들고, 다시 개발자로서 돈 버는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일상 블로그

2년 전 관두었던 네이버 블로그를 다시 시작했다. 베트남 여행을 다녀오면서 여행 관련 포스팅을 했는데, 몇 개의 글만으로도 방문자가 제법 많아져서 신기했다. 무엇보다 포스팅을 하는 것이 일상에 활력이 되는 것을 경험했다. 많은 콘텐츠 플랫폼을 경험해 보니, 네이버 블로그는 들이는 노력 대비 성과가 가장 빠르게 보이는 플랫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재미를 붙인 이상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


스몰 브랜드

브랜드 운영도 계속했다. 원래는 아이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썼는데, 6월부터는 새로 구입한 카메라로 촬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품 메인 사진을 통일감 있는 깔끔한 사진으로 전부 변경해서 스토어 방문 시 더 깔끔하고 있어 보이는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검색 최적화를 위해 카페 24로 자사몰을 열었고, 블로그, 유튜브를 개설해서 브랜드에 대한 기록을 늘려갔다. 내 취향을 담은 작디작은 브랜드로 고객들과 만나는 일은 정말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이다.


건강

20대 초반 이후로 한 달에 두, 세 번은 구토를 동반한 편두통, 어지러움증에 시달려 왔다. 일단 어지러움이 시작되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했고, 구토를 시작하면 매번 위액이 나올 때까지 고통에 시달렸다. 이런 일이 꽤나 자주 있으니 매번 컨디션에 집착하게 되고, 언제 또 두통이 찾아올지 모른다는 불안함에 예민해지기도 했다.

퇴사를 한 이후에는 어떻게 하면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을까에 대해 연구(?) 해왔다. 하지만 딱히 성과는 없었고, 올해에도 어김없이 편두통과 어지럼증, 구토가 있었던 날들이 찾아왔다. 그런데 최근 몇 달간 나의 두통이 두 가지 양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1. 빈혈에 의한 어지러움증 2. 목 디스크에 의한 편두통.

철분제를 먹기 시작했고, 목이 아프기 시작할 때는 바로 파스를 붙이고 소염진통제를 먹었다. 생리주기에 맞춰 빈혈 증상이 심해지는 건 여전하지만 얼마 전 어지럼증이 시작되자마자 철분제를 먹고 계속 잠을 자니 신기하게 구토를 하지 않아도 어지러움증이 가라앉는 기적을 경험했다. 내년에는 컨디션 조절을 잘해서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Problem

나를 신뢰하지 못하고, 무기력감에 빠졌던 날들


늘 나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하는 ‘금방 식어버린 열정’이 올해도 여전히 문제였다. 시작한 것은 많으나 꾸준히 하지 못한 것들이 많은 것이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물론 영영 포기해 버린 것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것들이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


특히 브랜드 운영이 그렇다. 신제품을 냈지만 반응이 영 시원치 않을 때는 기운이 빠졌다. 잘 팔리던 제품들도 주문이 없을 때는 뭐가 문제일까 답답한 마음이 가득했다. 어떻게든 기운을 차리고 브랜딩을 위한 작업들을 하나씩 해나가기도 했지만 금세 또 지쳐버렸다. 그래서 블로그, 유튜브 콘텐츠 제작을 꾸준히 지속하지는 못했다. 더불어 인스타그램은 갈수록 부담감과 거부감이 들어 열심히 하지 않았는데, 역시 스몰 브랜드의 신규 유입과 구매는 인스타그램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앞서 언급했던 노력들이 매출로 이어지는 성과는 느끼지 못했다.


슬럼프가 찾아왔던 이유를 생각해 보면 결국 프리워커로 살겠다는 의지가 약해졌기 때문이었다. 본가에 다녀올 때마다 걱정하시는 부모님을 보며 이렇게 살아도 될까 하는 불안감에 빠지곤 했다. 또, 내가 프리워커로서 직장 생활할 때만큼의 돈을 벌 수 있을까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다. 그러다보니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 결국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우울감에 빠져 결국 슬럼프가 찾아왔다.


Try

프리워커 생존기


슬럼프를 이겨 낼 수 있었던 것은 결국 다시 한번 내가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곱씹어 봤기 때문이다.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결정할 수 있는 자유, 일하는 시간과 공간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 내가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유’를 얻기 위해 퇴사를 선택했는데, 나를 걱정하는 누군가를 위해, 잠깐의 불안을 잠식하기 위해 다시 어딘가에 취업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분명 나는 행복을 느끼기 위해 이렇게 살기로 선택했는데, 원하는 모습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우울감에 빠져 있는 것이 바보 같이 느껴졌다.


다행히 그런 생각이 들자 또다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나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또다시 슬럼프가 오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나는 나를 믿어보기로 했다.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어디에서나 올 것이다. 초조해하지도, 성급해하지도, 불안해하지도 않고 꾸준히 다방면으로 나의 능력을 어필하고, 가꿔나가서 수입을 늘리는 것이 새해의 목표이다. 물론 성격상 걱정과 불안에서 아예 멀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셀프 신뢰를 바탕으로 그런 감정들을 최소화해보고 싶다.


2023년을 회고해 보니, 분명 나는 많은 것들에 도전했고, 또 새로운 것들을 경험했다. 더 이상 나이를 먹는 것, 한 해가 가는 것이 큰 감흥이 있지는 않지만, 연말과 새해는 무언가를 정리하고 또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기에 좋은 핑계가 되어준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2024년 회고에는 또 더 많은 것을 경험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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