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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epitup Apr 30. 2024

내가 꿈 꾸는 '자기 결정적 삶'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는 삶

며칠 전 언니가 카카오톡 메시지로 형부가 다니는 회사의 채용 공고를 보내왔다. 여기 부서 업무가 일도 쉽고 안정적이라며.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부터 언니는 채용 공고를 자주 보내왔다. 학교를 다닐 땐 내 스펙에 대해 조언했고, 취업을 준비할 때는 나의 자소서를 첨삭해 줬다. 그리고 회사를 다닐 땐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하라며 유명한 회사 공고가 뜨면 나에게 보내줬다.


사실 스무 살 이후로 학교, 성적, 직장 같은 외적 조건들에 대해 원하지 않는 조언(이라고 쓰고 간섭이라고 읽는)을 해 싸우기도 수십 번이었다. 나한테 신경 좀 쓰지 말라고 울며 불며 싸우고, 손절하고를 반복하며 이제는 대충 듣는 척만 해주면 된다는 걸 알면서도 여전히 그런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울컥하는 마음이 든다. 안정적인(일단은 그렇게 보이는) 직장을 다니는 것이 나의 행복과 직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내가 잘 살고 있지 않는 건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가족들의 시선에 가장 얽매여있다. '남들 사는 대로'가 가장 무탈하고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가족들을 만날 때마다 움츠러든다. 2년 전 연봉 7천만 원을 포기하고 프리랜서를 하겠다지 않나, 30대가 됐는데 결혼 계획 얘기만 나오면 화만 내질 않나. 그들 입장에서 내가 늘 자랑할 만한 인생을 산 것도 아니지만,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게 가족들의 마음속 걸림돌이 되어버린지도 모르겠다.


작년에 읽은 행복에 관련한 칼럼에서 '자유도가 높은 삶'이 행복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타인의 시선을 과하게 신경 쓰는 문화에서 행복도가 낮은 이유는 개인의 자유가 낮기 때문이라고.

비교가 심하고 타인의 시선을 중시하는 사회에서는 개인의 자유(freedom)가 낮을 수밖에 없다. 에라스무스대의 심리학자 가일브륄(Gaël Brulé)에 의하면 자유에는 크게 사회적(social), 가능성의(potential), 정신적(psychological) 자유가 있다. 사회적 자유란 다른 이들의 간섭 없이 자신의 직업, 결혼 등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하고 가능성의 자유란 미래에 자신이 원하는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선택지의 자유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정신적 자유란 낮은 자존감이나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따라가는 동조하는 마음으로부터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자유를 말한다. 예컨대 모두가 자장면을 시킬 때 혼자 누룽지탕을 시킬 수 있는 용기라고도 할 수 있겠다. 브륄의 연구에 의하면 이들 자유는 행복도와 강한 상관을 보였고, 핀란드 사람들의 경우 같은 유럽인 프랑스 사람들보다도 더 자유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십여 년간 내가 원하는 것보다 타인이 원하는 것,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쓰다 보니 일단은 잘 사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급급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계속해서 살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내가 선택한 삶, 내가 스스로 나를 책임지기 위해 노력하고 애쓰는 것은 생각보다 고되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나는 예전보다 행복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네 계획이 뭔데. 집은 언제 살 거고. 도대체 어떻게 살래.'라는 가족들의 물음에 허허실실 웃으며 능구렁이처럼 '계획대로 되는 게 인생인가. 저는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고, 지금이 가장 행복한데 뭐가 문제람요?'하지 못하는 내 성격도 참 문제다.


퇴사 후 지인에게 선물 받은 책, 피터 비에리의 '자기 결정'에서 자기 결정적 삶을 살기 위해 타인의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힌트를 얻었다. 피터 비에리는 타인의 시선을 통해 자신의 자아상을 점검하고 자기 인식의 새로운 전환점을 발견하는 등 타인과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활용하라고 말한다. 동시에 그들만의 수만 가지 요인에 의해 왜곡되고 부정적이 되는 타인의 평가에 절대 조종당하거나 압도당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자기 결정의 원칙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기, 각자 차별화된 자아상 만들어가기, 그 자아상을 마지막 순간까지 끊임없이 새롭게 고쳐나가며 발전시키기, 자기 인식을 넓혀가기, 자신만의 생각과 감정과 기억을 갈고닦기, 소리 없이 이루어지는 타자의 조종을 명료히 꿰뚫어 보고 방어하기, 그리고 자기 목소리 찾기


개인적으로 나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소리 없이 이루어지는 타자의 조종을 방어'하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타인의 눈치를 보는 성격은 늘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해 왔다. 타인의 감정을 살피는 데에는 늘 유용하게 사용했으나, 타인의 시선에 과도하게 영향을 받는 것은 여전히 고쳐야 할 부분이다. 타인의 시선에 상처받지 않고 나를 지키는 것에 언제쯤 통달할 수 있을까. 어렵지만 확고한 나의 세계를 만들고, 나의 생각을 나의 목소리로 분명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계속해나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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