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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아무 Nov 24. 2020

What이 아니라 Why가 용자와 겁쟁이를 가른다.

영화 <포 페더스>를 보고.



    1884년 영국은 지구의 1/4을 지배하고 있었다. 여왕 폐하와 조국을 위해 싸우는 건 최고의 영예였으며, 조국의 부름에 응하지 않는 자는 가족과 친구들에겐 치욕이었다. 그 겁쟁이에겐 치욕을 상징하는 하얀 깃털이 주어졌다. 

    주인공 해리는 젊은 군인으로 그의 아버지와 절친한 친구들도 모두 군인이고, 약혼녀 에스니의 아버지도 군인이었다. 그런데 수단으로 파병이 결정되자 해리는 곧바로 퇴역을 하고, 주변 사람들은 이런 해리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해리의 아버지는 해리와 말도 섞지 않고, 세 친구와 약혼녀는 그에게 하얀 깃털을 보낸다. 영화의 제목은 이 네 개의 깃털을 의미한다.




이 영화는 히스 레저(해리 役)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해리는 왜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을까? 왜 파병을 가지 않았냐는 질문에 해리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두려운 것이 컸다고 대답한다. 전쟁에 나가 죽는 것이 두려웠을 것이고, 누군가를 죽이는 것도 두려웠을 것이다. 사실 해리는 군인이 되고 싶지도 않았는데 아버지의 뜻에 따라 군인이 되었을 뿐, 전쟁에 나가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해리는 전쟁의 명분에도 의심을 품고 있다. 친한 친구 잭에게 저 먼 곳의 사막에 파병을 가는 것이 왜 여왕을 위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털어놓기도 한다. 결국 해리는 매우 큰 오명을 쓰게 될 것을 알면서도 퇴역을 신청한다.

         

    단지 주변에서 자신을 겁쟁이라고 할 것이 두려워서 등 떠밀리듯 전쟁에 참가한다면, 그것은 용기 있는 행동이 되는 것일까? 따돌림과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옳다고 생각하거나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아닌 일은 하지 않는 것이 더 용기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해서 전쟁에 참여한 다른 군인들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 중에는 전쟁에 나가고 싶은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국가를 위한 숭고한 희생의 길이라고 생각한 이도 있을 것이고, 자신의 능력을 펼쳐 성취를 이룰 기회라고 생각한 이도 있을 것이고, 옆의 동료들과 함께 임무를 완수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이도 있었을 것이다. 이유야 무엇이든 스스로 원해서 엄청난 위험과 고생을 감수해야 하는 파병에 기꺼이 응하는 것은 용기 있는 일이다.


    전쟁에 참가하는 군인 중에는 자신만의 이유를 가진 용기 있는 사람과, 타인의 시선이 무서울 뿐인 겁쟁이가 섞여 있다. 참전을 피해 퇴역을 하는 군인 중에는 자신만의 이유를 가진 용기 있는 사람과, 예견되는 고초를 피하는 것이 전부인 겁쟁이가 섞여있다. 


    무엇을 선택했냐가 아니라 왜 선택했냐가 겁쟁이를 가른다. 선택의 기준이 두려움이 되는 순간 겁쟁이가 되는 것이다.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선택하면 용기 있는 자이고, 두려워서 선택한다면 겁쟁이다.






    해리는 네 개의 깃털을 받은 후 방황하다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향한다. 죽음의 위험을 여러 번 넘기고, 찌는 듯한 더위, 갈증, 배고픔, 육체의 통증을 이겨낸다. '이렇게 고생을 할 거면, 파병을 가는 것과 뭐가 다른 거지?'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것이 바로 해리가 그곳을 찾아간 이유이다. 참전한 자신의 친구들을 구하겠다는 목표를 위해 해리는 모든 위험과 고통을 감수한다. 그럼으로써 스스로 세운 가치를 위해서는 그 어떤 고난도 감수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려 한 것이다. 파병을 가지 않은 것이 단순히 고초를 겪기 싫어서가 아니었음을 스스로에게 보이고자 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내 선택을 뒤돌아 보자. 그건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선택한 것이었을까, 두려워서 어쩔 수 없이 따라갔던 것일까? 어쩌면 두려움을 완전히 배제한 선택이란 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해리가 그랬듯이, 우리도 두려움만이 이유는 아니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증명해야 한다. 그것은 차라리 두려운 길을 선택하는 것만큼이나 고통스러울지도 모르지만, 나 자신을 용서하고 사랑하기 위해서 해야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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