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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현 Kee Kim Sep 30. 2018

#부담

용도에 맞는 그릇으로 성장했을까.

우리네 삶에서 항상 다가오는 #부담 이라는 불청객.

내가 만나고 싶지 않은 불청객 중, 말하기 힘든 이야기 하나가 있다.


월별로 5주차에 일요일이 있는 달에는 특별한 친구들을 찾아가는 날.

그 친구들은 여러가지 이유들로 그 곳에 모여있다.

이 친구들은 우리가 이 세상을 더 안전하고 공평하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만들어 놓은 법을 지키지 못하고 혹은 지키지 않아서 모여있다.

나는 5주차 일요일에, 그 친구들과 함께 종교활동을 보낸다.

소년원에서


처음 소년원을 찾아가기 시작한 것은 1년전 이다. 내가 처음 가기로 했을 때의 마음은, 오래전부터 그 곳을 찾아가셨던 부모님을 도와드리기 위해서였다. 사실, 내가 그 친구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줘야하고, 사회적으로 역할을 해야하기 위해서 간다(?)라는 이유는 없었다. 느끼지도 못했다.


매번 기타를 들고, 마이크를 잡고 친구들하고 이야기도하고, 찬양도 부르며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흐르고 이 곳에 익숙해져가면 갈 수록 내 마음속에서는 불편함, 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면 부담감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친구들로 인하여 피해를 받은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하는 행동이 누구를 위해서 하는 것일까
위 이야기를 떠나, 내가 이 친구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무엇이고, 더 나은 삶을 살아보자고 해줄 수 있는 자격이 있을까


이 외에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여러가지 이유들이 나를 뒤덮기 시작했다.

머리 안에서 고민이 된다기 보다는, 내 마음 속의 부담이라는 만나기 싫은 손님이 찾아온 듯 했다.

그 손님을 대할 수록, 아 이 곳은 내가 있어야 하는 곳이 아닌가라는 깊은 고민에 빠지기 시작한다.


이들에게는 매주 주말 종교활동이 가져다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외부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이 곳을 둘러싼 울타리를 넘어선 곳에서의 이야기들을 전해줄 수 있는 우체부 아저씨와 같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 번의 만남, 누구를 만나느냐, 어떤 이야기를 듣고, 어떤 감동을 주고, 어떻게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냐 라는 것이 이들에게는 너무 중요하다.


"다음에는 보지말자"

내가 이들에게 항상 떠날 때 하는 말이다.

우리가 세상에서 만나는 친구들에게 헤어질 때 건네는 인사로 하는 말이 아니다.

'다음에 또 만나', '잘 지내고, 연락할게', '또 만나서 이야기하자'

이 곳에 모인 친구들에게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하는 이야기다.

그들은 세상에서 잘못했던 모든 것들을 돌아보고, 피해를 끼친 모든 것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의 마음을 갖고, 다른이들보다 이 세상을 더 깨끗하고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을 이 곳에서 갖는 노력을 해야한다.

그리고 새로워진 모습으로 다시 세상에 나가야한다.


참, 어렵다.

내가 이 곳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지, 5주차 일요일이 오는 전날 밤이면 힘들기 시작한다.

이 곳에서는 다시 보지 말아야할 이들에게, 한 번의 만남으로도 감동을 줄 수 있고,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할텐데,


아직은 아닌듯 하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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