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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욕심많은워킹맘 Dec 22. 2017

워킹맘, 맞벌이의 함정에 빠지다.

버는 만큼 소비한다. 그 무분별한 소비를 잡아라.


워킹맘, 
맞벌이 함정에 빠지다                                          

2007년 서른 살 부산 남자와 스물넷 대구 여자가 만나 8개월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가진 거라곤 콩깍지가 단단히 씐 사랑과 젊음이라는 무기를 혼수품으로 삼아 시댁에서 신혼을 시작했다. 워낙 없이 시작했던 결혼이라 맞벌이 수입으로 알뜰 살뜰 저축했고 양가 어른들 도움 없이 둘의 힘으로 결혼 1년 만에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하지만 생에 가장 큰 쇼핑을 한 만큼 대출에 대한 부담감 또한 만만치 않았다. 내 집 마련 대출금이 마치 우리에게는 '신용불량자'와 같았다. 워낙 일찍 결혼했고, 일찍 내 집 마련을 했던 터라 어디 고민을 터놓을 곳도 말할 곳도 없었다. 주위에 먼저 경험한 선배가 없었다. 오직 재테크 도서가 전부였다. 당시 집값의 66%를 대출받은 것인데 뭐가 그렇게 그게 무섭게 느껴지던지... 참 어렸던 신혼부부였다.

내 집 마련 후 2달 반만에 큰 아이가 태어나 계획에도 없었던 외벌이가 되었다. 나는 두 달에 한 번씩 남편 보너스가 나오면 중도 상환 수수료를 물어가면서까지 대출금 갚기에 안간힘을 썼고, 대출에 대한 부담감을 없애려고 아등바등 살았었다. 나를 꾸미고 관리하는 것은 먼 이야기가 된 적이 있었다. 그 후 큰 아이가 24개월이 지난 후 맞벌이를 시작해 내 집 마련 후 2년 반만에 대출금을 모두 갚았고 빚 없는 집으로 순수 자산으로 산 적도 있었다. 


결혼기념일이라는 핑계로 남편에게 명품 백과 지갑을 선물 받았고, 새 차도 뽑았고 새 아파트도 분양받아 입주했다. 맞벌이라는 핑계로 외식도 자주 했고 일 년에 두 번씩 해외여행을 다녔다. 사교육만 안 받는다 뿐이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교재와 교구들을 사고 있었다. 그러면 충분히 만족스러울 줄 알았는데 요즘 뭔가 모르게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신혼 후부터 7년을 써온 가계부를 둘째 낳고 흐지부지 해졌고 돈이 어디로 어느 만큼 흘러가고 들어오는지 전혀 가늠이 되지 않았다. 66일 습관법, 21일 습관법은 중요하지 않다. 7년을 써온 가계부도 손 놓고 살 만큼 올이 풀린 진주 목걸이처럼 어느샌가 풀어지고 만다.  어찌 보면 습관이라는 것은 형성되기도 쉽고 무너지기도 쉽다. 탱탱했던 고무줄도 느슨해지다 늘어지기 마련이다. 

신혼 시절 대출금의 노예로 살았던 흑 역사의 기억이 오히려 지금은 그때는 만 원의 행복을 느낄 줄 알던 풋풋한 새댁이었다는 추억이 되었다. 한 달 가계부를 들여다보며 식비와 경조사비가 많이 나간다는 것에 한숨을 쉴 줄도 알았고 줄어들어가는 대출금 잔액 숫자를 보며 뿌듯해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뭐가 잘못된 거지?                          
그때 알았다. 
대출금이 없는 내 집이 있다는 것이 그렇게 큰 행복이 아니라는 것을.


집은 여전히 우리 집이었고
대출금을 갚기 전과 후로 
달라진 게 없었다.
우리는 그동안 
대출금의 노예로만
아등바등 살았다는
기억 밖에 없었다.

그 후 캠핑 여행을 시작했고,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을 다 했던 것 같다. 마치 신혼 후 3년 동안 아등 바등 살았던 과거를 보상이라도 받겠다는 심보로 편하게 걱정 없이 살았다.        



하나하나 찾아보자. 이번에는 신용카드 할인 혜택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냥 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사용하는 신용카드는 유류 할인과 커피 할인 등 미팅과 외근이 잦은 남편에게 적합한 카드 혜택이었는데 반년 넘게 그런 할인 혜택조차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내 명의로 된 카드고 내 급여 통장에서 빠져나가니까 내가 쓰고 있었다. 신용카드 앞면에다 할인 가능한 혜택을 붙여놓고 내 카드를 남편에게 줬다. 남편에게 할인이 더 적용되는 신용카드이기 때문이다. 
                                          

신혼 때는  OK캐쉬백도 적립해서 5만 원 넘으면 통장으로 입금해서 현금화했는데 언제부터인가 '그거 얼마 된다고'라는 생각으로 아무 생각 없이 버렸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맞벌이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된다. 
우리 회사는 출근 일수에 맞춰 1일 식비를 6천 원씩 계산해서 월급으로 정산해서 입금한다. 지난달부터 점심은 과일로 간단하게 해결하면서 점심 식비가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 날에는 식비를 아낀 만큼 통장 지갑에다 6천 원씩 저금을 하고 있다. 이렇게 식비를 아낀 날에 저금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치 남자들이 금연 선언을 하고 담뱃값을 저축하는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ㅎ
1. 일일 식비\6,000원 
별도로 저축하기.
2. 달력에다 무지출데이 
'참 잘했어요' 도장 찍기
3. OK캐쉬백 포인트 적립하기.
4. 신용카드 할인 혜택 제대로 파악하기.
5. 냉장고 파먹기. 
(외식은 금/토/일 한정)
6. 가계부 일주일에 한 번씩 기록하기.
7. 냉장고 문짝에 구비된 음식 목록 체크

작은 실천, 작은 행동 하나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뿌듯함을 느꼈다. 신혼 때는 대출금의 노예로 살았다고 느꼈지만 지금은 어디론가 새고 있는 돈 구멍 사이를 딱 막고 있는 기분이랄까? 왜 이제서야 맞벌이의 함정을 느꼈는지... 아쉬움만 가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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