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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욕심많은워킹맘 Nov 14. 2017

부모의 믿음만큼 아이는 자란다

믿는만큼 자라는 아이들

부모의 믿음만큼
아이는 자란다.                                          

숑숑군이 사교육을 이용하는 것이 대부분 예체능이다. 아직은 우뇌의 발달 영역에 속해있기도 하고 저학년에 예체능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인 시기여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줄곧 변함없는 학원 스케줄이었다. 

이제 곧 3학년을 맞이하면서 학원을 조정해볼까 싶은 생각에 미술을 끊으려고 했더니 숑숑군이 너무 아쉬워했다. 사실, 정말 미술을 끊으려고 한건 아니고 '미술 학원을 이참에 끊을까?'라는 고민이었는데 우연히 이 일로 미술 학원 원장님과 통화를 할 기회가 생겼다.

어머니, 알다시피 
엽이가 자동차에 집착할 정도로
줄곧 자동차만 그립니다.
하지만 엽이 같은 성향의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자동차에서 
파생되어서
점진적으로 다른 영역으로 확장되어야 하는 아이입니다.

미술 학원 수업 후에 
좀 쉬어도 되냐고 묻길래 
그러라고 했더니
그 쉬는 시간에도 자동차를 
그리는 아이입니다. 
그만큼 자동차의 강한 애정이 
참 신기해서 나중에 크면 
자동차 디자이너를 
해보라고 했습니다.


언제부턴가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겠다며 자동차 집착이 더 강해졌었다. 그 꿈을 찾아준 게 미술 학원 원장님의 '작은 인정' 덕분이었다. 아마 엽이 인생은 태어나 지금까지 오직 관심사는 '자동차'다. 내가 한글 떼기 시도도 그때 이 집착을 캐치해서 자동차로 시작했으니 말이다. 아이가 좋아하고 즐기고 있다면 성과나 성적은 포기하기로 했다. 아이가 무언가에 빠지고 집착하는 것도 나중에 아이 인생에 자산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이래서 결국 피아노는 정리하지 못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피아노 학원 원비를 입금했다. 입금 후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에는 피아노 학원 원장님이 전화가 왔다. 엽이가 이번에 바이엘에서 체르니로 수업이 단계가 상승해서 학원비를 인상한다는 연락이었다. 이번에 담임 교사가 변경되면서 미리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누락한 것 같다며 죄송하다는 말로 시작되었다. 

알겠다며 전화를 끊고 숑숑군에게 물었더니 아직 바이엘을 배우고 있단다. 바이엘이 다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 원장님에게 연락하니 담임 교사에게 전해 듣기로 숑숑군이 체르니 수업 들어갔다고 한다. 
                                          

그럼 누구 말이 맞는 거지?

일단 추가 인상되는 피아노 학원비를 입금 시켰다. 그리고 아이에게 한 소리를 했다.


너는 바이엘을 배우는지
체르니를 배우는지 몰라?
                         

그리고 월요일 출근 후 오후 시간쯤 되었을까? 피아노 담임 교사에게 연락이 왔다. 토요일에 피아노 원장님이 나와 통화 후 담임 선생님에게 숑숑군이 바이엘을 아직 배우고 있다고 했다는데 확인을 요청하신 모양이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이번에 발표회 적용 대상에는
원래 체르니 수업 대상자에 
한해서  하는 거였어요.
엽이 피아노 실력이 있어서 
발표회 대상자로 넣었던 터라
당연히 체르니 수업이라고 
생각했어요.
바이엘 4장 정도 남았는데 
체르니 수업 
빨리 들어가겠습니다.


엽이를 맡은지 이제 한 달 되신 선생님이시다. 너무나 죄송한 말투로 말씀하셔서 괜찮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이틀 전에 피아노 학원에서 곧 발표회를 하는데 숑숑군에게 이야기를 했을 때 하고 싶어한다고 했었다. 피아노든, 미술이든, 로봇이든 뭐든 하고 싶어 하는 아이가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도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순간, 큰 아이를 믿지 못하고 한 소리를 했던 게 미안했다. 명백한 나의 실수였다. 선생님과 전화를 끊고 너무 미안해서 바로 사과하려고 전화했더니 학원 수업 중이라 전화기가 꺼져있다. 


아, 그때 아무 말하지 말걸.
그냥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그럴걸.
당연히 
아이가 틀렸다고 생각한 나머지
한 소리를 해버렸다.


내가 따끔하게 한 소리를 했을 때 우리 큰 아이는 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을까? ㅠ_ㅠ 믿는 만큼 자란다고 하는데 나는 큰 아이를 그만큼 믿어주지 못했나 보다. 나의 어리석음에 아이에게 상처를 주진 않았을지 미안함이 물밀듯 밀려온다. 이 작고 사소한 기로 점 앞에서도 아이의 말을 믿지 못하고 한 소리를 했으니, 과연 나는 아이를 믿는 엄마였을까? 
미술 학원 원장님의 작은 인정으로 아이는 꿈을 찾아 '자동차 디자이너'라는 목표가 생겼는데 과연 나는 내 아이에게 작은 믿음이라도 전해줬나? 작은 인정이 지금 아이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보고 느끼면서 나는 어리석었다.

어항의 크기만큼 자란다는 
일본 비단잉어 코이처럼
내 아이에게 향한 믿음을 넓혀야겠다. 
부모의 크고 넓은 믿음 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며 크게 자라는 
코이 같은 우리 아이가 되길 바라며....

어서 빨리 퇴근해서 정중하게 사과해야겠다.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을 믿지 못하고 키우는 건 정작 나 자신이 나이었을지 새삼 반성하게 된다. 

하지만 이제 3학년
방과 후 수업 중 로봇을 정리하려고 하니
너무나도 아쉬워하는 숑숑군
언제 다시 로봇 시작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엄마는 돈이 없다. ㅠ_ㅠ
내년 3월에 하교 스케줄 보고 다시 이야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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