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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욕심많은워킹맘 Jun 18. 2018

책임감과 개인주의 갈등

네이버 개인 블로그 '성장을꿈꾸는엄마by욕심많은워킹맘'에 게재되었습니다

책임감과 개인주의를 갈등하는 사이, 결국은 끝내 개인주의를 선택하게 되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처럼 우리는 개인과 사회 사이에 공존하며 살아간다. 바꿔 말하면 인간은 살아가면서 개인과 사회에서 고민하는 시기가 얼마든지 찾아온다는 뜻이기도 하다. 직장을 다니든, 아니든, 가정이라는 작은 사회, 더 나아가 주거지, 지역 사회 속에서도 말이다. 어쩌면 그 사이에는 엄밀히 들여다보면 유기적인 약속과도 관련되어 있다. 

범법적인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은 것, 부모라면 자식의 부양에 책임을 질 것, 등 우리는 작은 약속으로 이루어졌다. 조금 더 강력한 약속은 법이라는 제도하에 움직이고 있지만 말이다. 

나 역시, 일상생활 속에서 개인이나 사회이냐 이 사이를 두고 갈등하는 시기를 맞닥뜨리게 된다. 

주말부터 많은 비가 내린 뒤로, 저녁 퇴근 시간이 아이들 스케줄로 정신없이 바빴다. 비 오는 날 작은 아이의 부모 상담, 다음 날은 큰 아이 학교 행사,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터졌다. 편도가 부어 밤새 고열에 시달려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일단 출근 후 반차를 제출할 예정이었으나, 25일 마감일과 맞물려 바쁜 날이라 나(개인)보다는 조직이라는 단체를 선택했다. 정기 결제일이 아니면 반 차라도 낼 수 있으련만, 오전에 병원에 다녀와 맞은 주사와 약의 기운으로 겨우 정상 업무 시간을 마쳤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퇴근 후 일정은 큰 아이 학교 텃밭 가꾸기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는 거다. 분명 어제저녁까지만 참석한다고 댓글을 달았는데 갑자기 다음 날, 몸살에 걸려서 못 가겠다는 말이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일부 중 전날 참석한다고 해놓고 아이가 아프거나 상황이 안돼서 참석 못한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나 역시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 참석이 어렵게 되었습니다라고 남기고 싶었다. 몇 번을 지웠다 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결국은 두 아이들을 데리고 참여했다. '나'라는 개인 하나보다 학교라는 단체, 즉 학부모들 사이에 엄연한 약속이었기 때문이다. 작업을 끝내고 집에 오니 또다시 몸살 기운이 올라왔다. 다시 오한과 발열로 고통이 시작되는 듯했다. 저녁도 먹기 싫어 약을 먹으려면 저녁을 먹어야 했기에 정말 대충 먹었다. 아프니까 입맛조차 사라진다. 아프다는 이유로 집안일이며 아이들 케어며 오롯이 남편에게 떠넘기고 잠이 들었다. 

자꾸 춥다고 중얼중얼 거리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전기장판을 꺼내 따뜻하게 데워준다. 하. 지. 만. 몸은 불덩이인데 자꾸 춥다는 건 오히려 몸을 차갑게 했어야 한다는 걸 이때는 몰랐다. 

새벽에 컨디션이 더 안 좋아졌다. 아침에 일어나 산송장과 다름없었다. 머리는 뇌에 압이 가득 차 터질 것 같았고, 팔다리며 온몸은 누군가에게 구타당한 것처럼 여기저기 쑤시고 아팠다. 거기에다 편도는 부어서 침조차 삼키기 힘들었다. 이렇게 아픈 건 정말 처음인 것 같았다. 

이건 감기 몸살이 아니라 다른 병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까지 엄습해올 정도였으니까. 결국은 빈속에 해열진통제를 먹었다. 살기 위해서 처방받은 약을 먹어야 했는데 남편이 아침에 끓여준 죽 몇 숟갈 뒤에 약을 먹었다. 

그리고 출근...... 을 해야 했다. 이 상황에서도 오늘 오전까지 해외영업팀 차장님께 조달청 방문 서류를 챙겨야 하는 게 떠올랐다. 몸 아프다고 갑작스럽게 제시간에 출근을 안 하는 게 무책임해 보여서 싫었지만 어쩌겠나. 정말 지금 이 순간만큼은 살고 싶다는 생각뿐인데. 이번에는 '우선의 나'를 선택하기로 했다. 먼저 차장님께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정상 출근이 도저히 힘들어서 서류 준비가 오전까지 안될 것 같다고. 다행히 차장님이 그냥 푹 쉬어라고 했지만 그것 역시 마음이 불편했다. 오전에 푹 쉬다 오후에 출근한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빈 집에 혼자 이불 덮고 누워 있었다. 아침에 먹은 약이 효과가 있는지 몸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열이 내려갔다. 점심시간에는 남편이 사 온 음식으로 같이 점심을 먹고 샤워 후 출근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사회보다 개인을 선택했어야 했는데 무책임한 사람이라는 평가가 내비쳐지는 게 싫어 강행하기도 한다. 그러다 오늘 같은 일이 일어나지만, 그래도 오늘 오전에 푹 쉬었더니 컨디션이 많이 회복된듯하다. 며칠 아팠다고 생과 사를 겪은 기분이다. 저녁도 일상도 심지어 먹는 것조차 모든 패턴을 다 잃어버렸으니까. 오늘은 우리 아이들 뽀뽀해주고 부비부비 해줘야겠다. 아프다고 아이들 얼굴도 제대로 못 본 것 같아 오늘따라 유독 보고 싶다. 

개인과 사회 그 사이의 완급 조절하기란 참 쉽지 않다. 어찌 되었던 나는 학교라는 단체 속에, 조직이라는 단체 속에, 사회에 소속된 개인인 이상, 앞으로도 평생 이런 고민은 끊임없이 이어나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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