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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법.
강렬했던 여름의 힘도 조금씩 나약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선선한 공기와 한풀 꺾인 태양의 힘에 가을이 왔다고 서서히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이런 날씨 산책을 놓치는 게 아쉬워 아이들에게 산책 갈까라고 물었다. 강아지처럼 좋다며 자전거부터 챙기는 녀석들. 온 가족이 아파트 옆 산책 공원으로 채비를 나섰다.
형아 때부터 타던 자전거를 민이가 물려받으면서 새 안장으로 교체했다.
관리 사무실 앞에서 에어 점검 후, 라이딩 나갈 준비 완료!
네 발 자전거로 라이딩 연습 중인 민이는 사실, 운동 신경이 좋아서 자전거도 엄청 쉽게 탈 줄 알았다. 킥보드도 위험하다고 느낄 정도로 날아다니는 녀석이라 그랬는지도 모른다.
웬걸?
처음에 자전거를 탈 때 바퀴를 굴리는 동작을 어려워하고 헷갈려 했다. 자전거 페달을 앞으로 가듯 밀어야 하는데 잘 가다가 갑자기 뒤로 밀어내지를 않나, 뒤에 있던 형아는 벌써 자기를 제치고 쌩쌩 달리는 모습과 달리 마음처럼 안된다고 답답한 듯 보였다.
여유롭게 바람을 휘날리는 형아 모습과 대조되는 민이의 모습!
어색하고 낯선 자전거 페달 굴리기를 포기하다 답답한 마음에 자전거에 내려서 잽싸게 형아 자전거를 쫓아가는 민이. 형아랑 같이 나란히 타고 싶은데 그게 안되니까 직접 달리기로 나선 모양이다. 그러다 힘에 부쳐 되돌아와서는 저 멀리 형에게 소리친다.
형아!
나 이 자전거 안타!
우리 바꿔 타자!
형아 자전거가 더 좋아 보이는 민이
본인의 라이딩 실력은 차치하더라도 형 자전거를 타면 분명 형처럼 쌩쌩 달릴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제 보기엔 형아 자전거가 훨씬 크고 좋아 보였으니까.
형아 자전거에 올라타니 이제는 아예 페달조차 닿지 않는다. 그제서야 본인에겐 맞지 않음을 깨닫고 본래의 자전거로 돌아왔다.
형아도 처음에는 너처럼 자전거를 잘 타지 못했다고 말했다. 넘어지기도 하고 빨리 달리지 못해서 답답해하기도 했다고. 그래도 매일 연습하고 노력하니까 지금처럼 쌩쌩 달릴 수 있었던 거라고 말이다. 뭐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고.
인생이란,
가끔 남의 떡이 커 보일 때가 있다.
내 앞에 놓인 것보다
타인이 소유한 것들이
더 위대해 보이고 부러워지는 순간.
이따금씩 그런 상황과 왕왕 마주한다.
그런 상황을 열등감으로 치부하기보다
나란히 함께 달리고 싶은 부러움이 난 더 좋다.
민이도 그랬으면 좋겠다.
나도 열심히 노력해서
형아처럼 달려야 지라고 용기 낼 줄 아는,
그런 마음 건강한 아이였으면 좋겠다.
이번에 비가 많이 내린 터라 물이 제법 불었다.
우리보다 저 멀리서 먼저 달리던 아이들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둘이서 동시에 한곳을 응시한다.
천둥오리였다. 먹이를 찾으러 온 걸까?
강물의 흐름을 역류하듯 거꾸로 올라가는 청둥오리를 보내고 녀석들은 다시 달린다.
운동은 훈련이고 연습 이랬다. 민이가 지난번보다 확실히 페달 밟은 속도도 그렇고, 달리는 안정감도 많이 좋아졌다. 두 녀석이 나란히 라이딩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참 묘하다. 언제 이만큼 컸을까 싶은 세월의 체감을 느껴서일지도.
때 마침 만난 징검다리를 그냥 지나칠 수 없지. 나란히 형제끼리 손잡고 징검다리를 건넌다. 저게 무슨 재미라고. 늘 이 다리를 쉬이 지나치지 않는다.
산 뒤로 솟아올랐던 태양도 집에 가기 싫은지 산 뒤에서 마지막 힘을 다해 노을빛을 밝게 비춘다. 살랑살랑 부는 선선한 공기가 이렇게도 상쾌할 줄이야.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있음을
계절은 너무나도 선명히 알려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