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살찐 병아리 Sep 20. 2015

살찐 병아리 날다 (2장 4편)

날갯짓만으로도 충분해

당신은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습니까?


2장 : 삐약삐약 병아리 몽상

네 번째 이야기 - 날갯짓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던 그때

<10년 전 방송작가 막내 시절, 첫 방송이 끝나고 쓴 일기>

 사랑, 첫 키스, 첫 경험..

대부분 처음이란 말이 들어가면, 왠지 설레고 기분이 묘해진다.

오늘 7개월 동안 정말 우여곡절 많았던 나의 첫 작품..

MBC 프라임 "물이 건강을 지배한다" 다큐멘터리가 방송되었다.

기분이 뭐랄까.

참 이상하다. 그래, 이상하다는 말이 제일 어울릴 것 같다.    

 

그냥 스쳐갈 11초의 장면을 위해 내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면서 만든 60분이었는지 다른 사람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

섭외하기 너무 힘들었던 생쥐 실험, 코디가 네 번이나 바뀐 일본 촬영.

물 자료 조사를 하면서 만난 사기꾼들, 그들로 인한 재촬영.

촬영 허락했다가 당일날 펑크 냈던 몰상식한 사람들,

귀가 빨개지도록 전화기 붙들고 몇 번을 요청해도 모질게 인터뷰 거절했던 야속한 사람들,

반면 적극적으로 촬영을 도와줬던 고마운 사람들.

힘들게 섭외했지만 눈물을 삼키며 안타깝게 편집된 촬영 장면들.

하나 같이 모두 소중한 장면들이기에 다 보여주지 못하는 마음은...

안타깝다 못해 서글프다. 슬프다.     


비록, 메인 작가로서 글을 쓰지는 못했지만,

함께 작업했다는 것만으로 영광인 경력 15년을 넘는 하늘 같은 대선배님들과,

맘 착하고 실력 있는 좋은 사람들과 작업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만약, 시간을 되돌려서 다시 해보라고 한다면

처음의 그 막연한 두려움보다 나니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부딪혀 보고 싶다.

아직 지나온 길보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많기에

많이 아쉽지만 이제는 잊고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겠다.

난 잘할 거다.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참 무모했고 가진 것 없었지만 열정만은 최고였다 생각됩니다.

어떻게 그 힘든 시간 참았을까. 지금 다시 해보라면 할 수 있을까 싶네요.

월급도 몇 달을 못 받고 퇴근 시간, 쉬는 날도 없고 야근 수당도 없는 그 곳에서

단지 글을 쓰고 싶다는 열정만으로 도전하고 인내했던 시간.

최선을 다해 후회 없는 시간, 그래서 아름다웠던 시간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살찐 병아리 날다 (2장 3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