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갯짓만으로도 충분해
2장 : 삐약삐약 병아리 몽상
네 번째 이야기 - 날갯짓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던 그때
<10년 전 방송작가 막내 시절, 첫 방송이 끝나고 쓴 일기>
첫 사랑, 첫 키스, 첫 경험..
대부분 처음이란 말이 들어가면, 왠지 설레고 기분이 묘해진다.
오늘 7개월 동안 정말 우여곡절 많았던 나의 첫 작품..
MBC 프라임 "물이 건강을 지배한다" 다큐멘터리가 방송되었다.
기분이 뭐랄까.
참 이상하다. 그래, 이상하다는 말이 제일 어울릴 것 같다.
그냥 스쳐갈 1분 1초의 장면을 위해 내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면서 만든 60분이었는지 다른 사람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
섭외하기 너무 힘들었던 생쥐 실험, 코디가 네 번이나 바뀐 일본 촬영.
물 자료 조사를 하면서 만난 사기꾼들, 그들로 인한 재촬영.
촬영 허락했다가 당일날 펑크 냈던 몰상식한 사람들,
귀가 빨개지도록 전화기 붙들고 몇 번을 요청해도 모질게 인터뷰 거절했던 야속한 사람들,
반면 적극적으로 촬영을 도와줬던 고마운 사람들.
힘들게 섭외했지만 눈물을 삼키며 안타깝게 편집된 촬영 장면들.
하나 같이 모두 소중한 장면들이기에 다 보여주지 못하는 마음은...
안타깝다 못해 서글프다. 슬프다.
비록, 메인 작가로서 글을 쓰지는 못했지만,
함께 작업했다는 것만으로 영광인 경력 15년을 넘는 하늘 같은 대선배님들과,
맘 착하고 실력 있는 좋은 사람들과 작업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만약, 시간을 되돌려서 다시 해보라고 한다면
처음의 그 막연한 두려움보다 나니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부딪혀 보고 싶다.
아직 지나온 길보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많기에
많이 아쉽지만 이제는 잊고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겠다.
난 잘할 거다.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참 무모했고 가진 것 없었지만 열정만은 최고였다 생각됩니다.
어떻게 그 힘든 시간 참았을까. 지금 다시 해보라면 할 수 있을까 싶네요.
월급도 몇 달을 못 받고 퇴근 시간, 쉬는 날도 없고 야근 수당도 없는 그 곳에서
단지 글을 쓰고 싶다는 열정만으로 도전하고 인내했던 시간.
최선을 다해 후회 없는 시간, 그래서 아름다웠던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