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분일까?
오늘 새벽, 천둥번개에 날씨가 심상치 않더니... 기어이 슬픈 소식을 듣고 말았다.
이른 아침 친한 친구에게서 온 전화.
오열 속에서 친구의 짧은 한 마디.
"우리 엄마....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눈물이 흘렀고 믿기지 않았다.
갑자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해녀였던 친구의 어머니는 작년 큰돈을 사기 당해 친구가 시집을 갈 때도 넉넉히 챙겨주지 못한 걸 너무 미안해하셨다고 한다.
친구는 엄마의 힘든 모습을 보는 게 늘 마음이 편치 않다고 종종 말했었다.
그래서 친구가 어머니께 돈을 조금 빌려 드렸는데..
그게 내내 마음에 미안하셨는지...
그 궂은 날씨에도 어머니는 바다에 물질을 나가셨다가 시체로 돌아오셨다.
한 평생 자식들 많이 사랑해주셨던 어머니.
억척같이 사시면서 본인은 비싼 음식 맘 편히 드시지도 못하고 자식들 시집, 장가 다 보내셨으면서..
그 작은 돈 빌린 게 뭐가 그리 미안하셨는지.
"나 이제 어떻게 살지? 엄마 시체를 보는데 진짜 엄마 같지가 않아.
우리 엄마 아니라고.
우리 엄마가 죽었을 리 없다고.
엄마가 그 날씨에 물질 나가신 거 몰랐다는 것도 죄송하고.
제발 하나님이 시간을 다시 돌려주시길..
다시 어제로 돌아가서 우리 엄마 물질 나가지 못하게
맞아 죽어도 우리 엄마 물질 나가지 못하게 막고 싶다..."
묻고 싶다.
신이 계시냐고.
계신다면 착한 분이냐고. 못된 분이냐고.
왜 가엾은 친구의 어머니를 데리고 가셨냐고.
나는 착한 분이라고 믿고 싶다.
착한 신이 계신 하늘에선 자식들 걱정 다 내려놓고 평안히 잠드셨길.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