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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찐 병아리 Jun 07. 2017

어느 소방관의 기도.

소방관님들 늘 고맙습니다.

어느 소방관의 기도

신이시여, 제가 부름을 받을 때는
아무리 강력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
공포에 떠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저에게는 언제나 안전을 기할 수 있게 하시어,
가냘픈 외침까지도 들을 수 있게 하시고,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화재를 진압할 수 있게 하소서.

그리고 신의 뜻에 따라 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저의 아내와 가족을 돌보아 주소서.

신이여! 열심히 훈련했고 잘 배웠지만
나는 단지 인간 사슬의 한 부분입니다.
지옥 같은 불 속으로 전진할지라도 신이시여,
나는 여전히 두렵고, 비가 오기를 기도합니다.

- 앨빈 윌리엄 린-


오늘 제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 위층에서 불이 났습니다.

건물 안에는 화재경보 사이렌이 큰 소리로 계속 울렸고 타는 냄새도 났습니다.

저는 두려움에 떨며 1층으로 대피했고,

이미 저보다 먼저 내려온 사람들도 공포에 떨고 있었습니다.

이때 소방차들이 건물 앞으로 들어왔고,

산소통을 메고 방화복을 입은 소방관들이 신속하게 화재 진압을 위해 불이 난 층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한 10분 정도 지났을까요.

점점 연기도 줄어들고 화재 경보음도 없어지고 '아 불이 꺼졌구나. 정말 다행이다' 안심하는 찰나.

소방관 중에 한 분 얼굴이 피투성이 돼서 내려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주변에 있던 저를 포함한 사람들은 너무 놀라 그분을 따라갔죠.


이어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

불이 난 집 사람들이 안에서 문을 안 열어주더랍니다.

자기들이 알아서 불을 끄겠다며.

소방관께서 불이 더 크게 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강제로 문을 열려고 했고,

이에 화가 난 불 난 집 남자가 문을 열고 다짜고짜 소방관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지요.

같이 있던 다른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해 불씨는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았으나,

폭행을 당한 소방관은 치아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습니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났습니다.

생명을 구해주러 온 사람을 폭행하다니요!!!!!!!

폭행을 당한 소방관님은 지혈하고, 치료받고, 씁쓸한 표정으로 또 다른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출동하셨습니다.

그 뒷모습을 보며 <어느 소방관의 기도> 가 생각났습니다.


아무리 강력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소서.


남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불길 속으로 들어가는 분들입니다.

두렵고 무서워도 한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희생하는 분들입니다.

제발! 제에발~~!!

고맙다고 말 한마디 못할지언정 상식 없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화재 현장에서 고생하시는 소방관님들.

정말 너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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