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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찐 병아리 Sep 25. 2017

인연의 사형선고.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

사람들은 때때로 만나 온 인연에 사형선고를 내린다.

이제 너와는 끝이야.

그게 연인이든, 친구든, 동료든...

내 맘에 들지 않아서든, 싸워서든, 배신을 해서든, 바람을 피워서든, 싫어져서든...

살면서 누군가와의 인연을 어떤 이유들로 사형선고 내린 적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반대로 인연의 사형선고를 당한 적도 있을 것이다.

카카오톡 메신저에서 상대방이 나를 차단했는지 알아내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지금도 그 방법으로 알아낼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왜 알고 싶어 하는지는 짐작이 간다.

인연의 사형선고를 내가 모르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당하면 억울하기도 하니까.


어쩌면 "니가 감히 나를 차단해? 좋아. 나도 너 차단이야. 잘 가라. 그동안 더러웠고 다신 마주치지 말자."

이렇게 끝나는 인연도 있을 수 있고,


어쩌면 "설마 했는데 진짜로 끝났구나."

당신과의 인연은 사형입니다 탕탕탕! 직접 확인하며 쓰라린 마음 술로 달래는 인연도 있을 수 있고,


어쩌면 "왜 그런 걸까?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지? 만나서 오해라도 풀고 싶다."

사형 선고의 마지막 재판에서 관계가 회복되기도 한다.


인연에 사형선고를 내리는 입장은 또 어떨까?

감당 못할 만큼 주변에 사람들이 넘쳐나서 인연을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사람을 믿지 않아 인연 따위에 마음 주지 않을 거야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마음을 나누며 만났던 인연을 정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얼마나 참기 힘들었으면.. 도저히 이어갈 수 없는 인연이었으면.. 사형선고를 내렸겠는가.


그러나.

내 핸드폰에서 삭제된 전화번호도,

누군가의 핸드폰에서 삭제됐을 내 전화번호도 씁쓸하긴 마찬가지.


모든 인연을 영원히 함께 가져갈 수는 없지만,

문득 내가 잘 살아왔나 돌아볼 때,

사형선고를 당한 인연보다 고마움으로 돌아보는 인연이 훨씬 더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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