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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찐 병아리 Oct 15. 2015

귀여운 상상

상상은 자유

제가 첫사랑에 실패하지만 않았어도 아마도 지금쯤 멋진 서방과 토끼 같은 자식들과 도란도란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써글놈의 첫사랑...     


현실은 비록 멋진 서방 대신 차승원 사진을 껴안고 자고

토끼 같은 자식들 대신 조카바보로 살아가지만

잠시나마 상상으로라도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꿔봅니다.     


바다가 훤히 보이는 아름다운 경치를 맘껏 감상할 수 있도록 거실은 통유리로 되어 있고 마당엔 잔디밭이 있는 이층집 우리의 러브하우스에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오늘따라 더욱 따뜻한 햇살이 집안 가득 환하게 비춥니다.   

  

차승원을 쏙 빼닮은 우리 남편은 옆에서 곤히 잠들어 있습니다.

어쩜 이 남자는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인데도 이렇게 섹시할 수 있을까요.

남편의 짙은 눈썹과 오뚝한 콧날과 섹시한 입술을 차례로 입 맞추고 침대에서 일어납니다.     


거실에 나와보니 훈훈한 우리 아들 태준이는 가장 먼저 일어나서 혼자 장난감 놀이를 하고 있네요.

외모는 물론 성격까지 아빠를 닮은 상남자 태준이가 저를 보더니 씨익 하고 웃으며 안깁니다.

“엄마 사랑해요.”라며 볼에 뽀뽀를 하고 아침 인사를 합니다.


미운 네 살 죽이고 싶은 일곱 살이라고들 하던데..

우리 태준이와 태희는 귀여운 네 살, 의젓한 일곱 살이랍니다.     


우리 집 막내 태희도 일어나서 인사를 합니다.

“엄마~~ 태희도 일어났어요오~” 제게 안겨 어리광을 부리는 귀여운 공주님.  
   

아이들과 아침인사로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며 주방으로 들어갑니다.

“엄마가 금방 맛있는 아침 해줄게. 조금만 기다려요~ 예쁜 내 사랑들~”     


거실 경치를 바라보며 음식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주방.

화이트&블랙 대리석으로 꾸며진 주방은 탁 트여 시원하면서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랍스터 찜, 쇠고기 오믈렛과 남편이 좋아하는 전복 버터구이와 장어구이를 뚝딱 만들었습니다. 애피타이저로는 한우 샐러드를 준비했습니다.

다들 아침에 이 정도는 드시잖아요~ 그쵸? ^^     


아침을 준비하는 동안 남편은 어느새 일어나서 씻고 나옵니다.

다부진 빨래판 근육들과 구릿빛 피부..

상반신 누드로 머리를 수건으로 말리며 나오는 남편..

‘하아.......장어..... 잘했다. 잘했네.’     


살짝 19금 상상에 빠지다 정신 차린 저는 식탁에 요리들을 옮기며 아이들과 남편을 부릅니다.

남편은 옷도 입지 않은 채로 백허그를 합니다.

“허니~ 잘 잤어? 아침 준비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대신 내가 다 치울 테니 우리 허니는 쉬고 있어요.”


결혼한지 8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저는 여전히 남편을 보면 연애 때처럼 설렙니다.

남편 역시 매일매일 제가 세상에서 제일 섹시하다고 하더군요.     


아침을 먹고 남편이 뒷정리를 해주고 저는 아이들 어린이집 보낼 준비를 합니다.

출근 준비를 끝낸 남편과 아이들

변호사인 남편은 슈트를 말끔히 차려입고 어린이집까지 아이들을 바래다주며 출근을 합니다.  

   

혼자 남은 저는 조용한 클래식 음악을 틀고 상큼한 모히또 한잔을 마시며 글을 씁니다.

화목한 우리 가족이 사는 이야기를 쓴 에세이가 베스트셀러가 돼서 요즘 후속 편을 집필 중입니다.


글을 쓰는 작업실이자 서재는 햇빛이 잘 들어오는 남향으로 된 넓은 방이고,

깔끔한 화이트로 된 벽면 수납장 가득 책들이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습니다.

책상에는 노트북, 필기도구, 작은 화분들이 깔끔하게 놓여 있습니다.     


글을 쓰고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고 집안 정리를 하다 보니 벌써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돌아왔습니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씻고 나옵니다.

의젓한 태준이가 태희의 손과 발을 씻겨줍니다.


“엄마. 오늘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랑 친구들이랑 그림 그리기 했어요. 이것 보세요. 잘 그렸죠?”

애교쟁이 태희는 오자마자 엄마에게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들을 신나게 얘기합니다.

태준이도 태희가 조용해지는 틈을 타 제게 안기며 유치원에서 공부한 것들을 보여줍니다.  

   

아이들과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있는데 남편에게서 영상통화가 왔습니다.

마트에 들린 남편이 싱싱한 해산물들을 보여주며 “허니~저녁 안 먹었죠? 내가 맛있는 해물탕 끓여줄 테니 조금만 기다려요~”     


두 손 가득 장을 보고 온 남편은 씻고 곧바로 주방으로 들어가더니

해물탕, 양념장어구이(우리 집 필수 메뉴 장어), 거북손 무침, 홍합 밥, 우럭 탕수까지 뚝딱 만들어냅니다.


한때 우리 남편은 요리를 너무 잘해 요리사의 길을 가려고 했었다지요.

쫄바지를 입고 요리하는 남편의 뒤태는 정신 나갈 정도로 아찔합니다.


남편이 차려준 화려한 밥상으로 다들 맛있게 저녁을 먹고 태희가 미니 피아노를 치며 재롱을 부립니다.

태준이는 미니 기타를 들고 와서 멋진 연주를 들려줍니다.

태준이의 기타 연주에 신이 난 태희가 귀엽게 춤을 춥니다.

남편과 저는 아이들의 재롱에 웃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태준이와 태희에게 책을 읽어주는 우리 부부

어느새 아이들은 졸린지 잠이 듭니다.     


거실로 나와 남편과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며 하루 일과를 얘기합니다.

그러다 연애할 때 얘기도 하고 신혼여행 얘기, 아이들의 얘기까지 우리의 수다는 늘 즐겁습니다.


얘기를 하다 남편의 품에  안기기도하고 남편과 므흣한 분위기에 키스도 합니다.

야릇한 분위기가 흐르고 서둘러 잘 준비를 합니다.


포근한 남편 품에 안겨 잠이 들며..

장어 반찬은 언제나 옳다라고 생각하며..

소소하지만 행복한 일상이, 오늘 하루가 이렇게 저물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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