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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찐 병아리 Oct 15. 2015

연애를 글로 배우다.

난 사랑을 몰라요.

자, 상상을 해보세요.

당신에겐 친한 동성 절친이 있습니다.

친구는 서른이 넘도록 모태솔로입니다.

사랑을 갈망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허구헛날 연애 칼럼만 읽고 있습니다.

책 속에 연애의 길이 있다면서 말이죠.


그러던 어느 날 친구에게 좋아하는 이성이 나타납니다.

연애를 글로 배운 이 친구..

우왕좌왕 서툴기만 합니다.

그리곤 당신을 계속 괴롭히며 연애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봅니다.

연애를 글로 배운 이 친구의 질문들을 보고 당신이라면 어떤 대답을 하시겠습니까?



저는 이렇게 대답해 주었습니다.


첫 번째 질문)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하면 쿨해질 수 있나요?

그건 사람마다 다르겠지.

원래 성격이 남일에 신경 안 쓰는 쿨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사랑에 있어서 쿨할 수 있는 건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해.

덜 좋아하거나 다른 사람이 있거나..

너무 너무 좋아해서 그 사람만 보이고 그 사람 생각만 나는데 어떻게 쿨해지겠어.

상대를 위해 쿨한 척 하는 거겠지.

속은 아마 타들어갈걸.

그러다 어느 순간 정말 마음이 쿨해진다면 그건 이젠 그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거야.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해.


두 번째 질문)'남자는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첫사랑은 처음 사귄 사람 인가요? 사랑이란 말을 들으면 가장 처음 생각나는 사람 인가요?

이십 대 초반까지도 첫사랑은 처음 사귄 사람이라 생각했었어.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서부터 후자처럼 사랑이란 얘기를 들으면 처음 생각나는 사람이 첫사랑인 것 같아.

사실.. 처음 사귄 사람은 잘 기억도 안나.

그때 우리가 어땠었는지 어렴풋이 지나가는 추억이니까.

근데 정말 정말 사랑했던 사람은 잊을 수가 없더라.

그 사람의 작은 습관과 향기까지 기억이 나더라.

그래서 첫사랑을 잊을 수 없다는 건 비단 남자의 얘기만은 아닐 거야.


세 번째 질문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먼저 나에게 고백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안타깝게도 너는 김태희, 송혜교 같은 뛰어난 외모가 아니잖아.

몸매도 제시카 고메즈(보정 후!!)도 아니고 쭉쭉빵빵 모델들과는 거리가 있지.

그렇다면 너만의 매력을 찾아야 해.

가끔 하늘은 공평하다 느낀 적이 있었는데..

외모가 많이 섭섭하게 생긴 여자 동생이 있어.

하늘은 그 동생에게 외모를 가져가시고 교태를 주셨더라.

살면서 한번 볼까 말까 한 화려한 교태를 그 동생에게서 봤단다.

그래서 그 섭섭한 외모에도 남자가 늘 끊이지 않았지.

너의 장점을 찾아. 그리곤 그 장점을 최대한 어필해.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타이밍이야.

그 사람이 지금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나 외로운 순간을 잘 이용해야 돼.

이 타이밍이란 것이 내 힘으로 어쩔 수 없을 때도 있지만.. 기다림의 시간 또한 네가 이겨내야 하는 한 부분이야.


마지막으로 누가 먼저 고백하느냐에 대한 쓸데없는 자존심을 버려.

물론 통상적으로 여자가 먼저 고백하면 남자가 우쭐해서 갑과 을의 연애가 된다고들 많이 말하더라.

하지만 모두가 그렇진 않아. 너 하기에 달렸어.

여자가 먼저 고백했지만 사귀는 동안 남자가 더 많이 사랑하는 경우도 많이 봤어.

나 역시 그랬었고..

그러니 자존심 부리며 좋은 사람 놓치지 말고

네가 여우처럼 잘 꼬셔서 먼저 고백하게 할 자신 없으면 용기 있게 고백해.

용기 있는 자가 미인도 얻지만 미남도 얻을 수 있으니까. 



이 이야기는 실제로 저와 제 절친의 이야기입니다.

2년 동안 저를 괴롭히며 연애상담을 받은 모솔 친구.

지금은 좋아하는 그 사람과 연애에 성공해서 글로 하는 연애가 아닌 마음으로 하는 연애를 하며 알콩달콩 재밌게 잘 사귀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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