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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찐 병아리 Oct 28. 2015

미래 남편에게 쓰는 편지

큐피드 천사는 여전히 출장 중.

먼 나라 해외 출장 중인 큐피드 천사가 돌아올 때를 기다리며..
곧(?!!!! 곧이면 좋겠는데..) 만나게 될 나의 미래 남편에게 쓰는 편지입니다.

참고로 이 편지를 읽고 이게 뭐냐 웃기지도 않는다 생각하시는 분들은 내 남편이 될 거 아니면 남들 모르게 혼자 속으로만 비웃어 주시기 바랍니다.



애정하는 나의 그대.

"여보." 나는 그대에게 이 말을 하기까지 참 오랜 시간 사랑을 소망했고 외로움을 인내했었어요.
그대를 기다리며 주님께 늘 기도했었답니다.

내 배우자는 인연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목표가 아닌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요.
대부분 목표와 꿈을 혼동하기 쉽거든요. 목표는 이룰 수 있어도 꿈은 어쩌면 삶이 끝날 때까지 이루지 못할 수도 있는 값진 것이라는 것을 그대는 이해하는 사람이라서 기뻐요.


그대 또한 나를 만나기 전 어떤 기도를 했는지 궁금하네요.

기다림의 시간이 나처럼 설레면서도 때로는 조급해지고 지치기도 했었나요?
그 시간 잘 이겨내서 이렇게 포기하지 않고 망가지지 않고 내게 와줘서 고마워요.

우리 둘 다 잘 버티고 지금 이렇게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드려요.

나는 그대가 나를 만나기 전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다면,

그 사랑에 진심을 다했기를 바래요.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적어도 나는 사랑은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는 그대가 여우가 아닌 곰이었길 바래요.

그로 인해 상처를 받았었다면 이제 내가 그 상처들 다 보듬어 줄 테니 슬퍼하진 말아요.
우리 서로에게 '아.. 내가 이렇게 행복하기 위해 그 힘든 시간들 버텨낸 거구나.'생각이 들게끔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표현하며 살아요.


연애가 아닌 결혼은 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니 사랑만으론 살아갈 수 없는 날들도 있겠죠?

때론 정으로 의리로 책임으로 살아가는 날들도 많을 거예요.

지지고 볶고 싸우는 날들도 있을 거고요.


그러면 또 어때요.
그렇게 살아갈 날들이 그대와 함께하는 날들이어서 다행이에요.

다른 누구도 아닌 그대와 함께라서 나는 감사해요.


다만, 한 가지 약속해줘요.
나쁜 일이든 좋은 일이든 서로에게 솔직하게 얘기하기! 비밀을 만들지 말고 거짓말도 하지 마요. 절대.

물론 비자금은 더더욱 안돼요. 여보.

이 와중에 그러면 바람은 되냐고 묻는 바보 멍청이가 아니라서 그대가 좋아요.

우린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함께 뛰는 부부잖아요.
정말로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지만.. 아니, 그래야 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중간에 레이스를 포기하지 않는 한 서로 보폭을 맞추며 밀어주고 당겨주며 함께 멋지게 마라톤을 완주했으면 좋겠어요.


인생의 동반자로 친구로 가족으로 연인으로 즐겁게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완주해 봅시다요. 여보!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오래도록 우리도 그렇게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그대를 만나 내 인생이 빛났다고..
그대는 나의 운명이고 내 전부였다고..

다음 생애도 반드시 그대와 부부의 연으로 또 만나고 싶다고..
서로 마지막 순간에 똑같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최고의 인연으로 잘 살았다 생각이 들게끔 우리 그렇게 살아봅시다.


애정하는 나의 그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오늘은 여기서 줄일게요.

앞으로 많은 시간 매일 매일 추억을 만들며 사람을 남기며 행복하게 살자고요.

쑥스럽지만 표현할게요.

고마워요. 내 남편으로 내게 와줘서.

그리고 소중한 그대를 많이 사랑합니다.


2015년 가을 어느 날,

사촌동생 결혼식이 끝나고

혼자 소주 병나발을 마시며 쓴 글.

큐피드 천사 너 완전 밉다. 이시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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