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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찐 병아리 Oct 30. 2015

모두 내 탓이오.

괜찮아.

공모전에서도 떨어지고, 드라마 일도 잘 풀리지 않고, 통장 잔고는 줄어들고… 하는 일마다 꼬이는 요즘.
오늘은 좀 왜 이러시냐고 너무 강하게 키우시는 것 아니냐고 주님께 따져보겠다며 온 성당.
불 꺼진 성당에서 몇 명 정도가 조용히 기도 중입니다.


“주님! 너무 하십니다.
올 한해 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세상 모두가 모른다 해도 주님께서는 아시잖아요.
요즘은 정말 버티기도 힘듭니다.
망가지지 않고 저 하나 지켜내기도 벅찹니다.
주님! 저는 얼마나 더 참아야 하는 겁니까?
남들은 잘 사는 것 같은데 저는 언제쯤 웃을 수 있을까요?”


울기까지 해버리면 내가 무능한 인간임을 인정해버리는 꼴이라 눈물을 꾹 참습니다.
‘여기서 나약하게 울면 진짜 바보 멍청이다. 울지마.’


입술을 삐쭉 내밀고 십자가를 노려보며 한참을 투정부리다 일어나서 가려는데 갑자기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말을 합니다.



사실은 말이야. 모두 다 내 탓이야.
주님 탓이 아니야. 올 한해 나 비겁한 겁쟁이였어.
‘조금만 쉬었다 가도 돼. 나 그동안 열심히 일만 했잖아.

너무 바쁘게 살았잖아. 조금만 더 쉬었다 가도 돼.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 그냥 즐기며 살아.’
내게 핑계 대며 내 스스로가 멈춰있던 거야.
그렇게 나약해진 내 탓이야.

   

그리고 나보다 더 글 잘쓰는 사람 당연히 넘쳐났지.

공모전 당선된 사람들이라고  쉽게  자리까지 갔겠니. 어쩌면 처음 시작은 나보다  힘들었을거야.


그래도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잖아.

좋아서 하는 일이  잘하는 일은 아닐수도 있는거야.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것. 잊지마."


그래 그렇네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성당을 나와 지하 서점에 들렀습니다.

그 많은 책 중 내 눈에 딱 들어온 책 한권

구작가의 <그래도 괜찮은 하루>

청각을 잃어 들을  없고

시력마저 잃어 볼수도 없지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따뜻한 손이 있어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글을 읽고 꾹꾹 참았던 눈물을 기어이 쏟고 말았습니다.


서점 바닥에서 창피한줄도 모르고 펑펑 울고 나니 마음 속 먼지를 탈탈 털어버린것처럼 홀가분합니다.


'기도하러와서는 토라져 가는 제 뒷 모습이 어지간히 눈에 밟히셨군요.

토닥토닥 위로 받았으니 저 괜찮아요.

많은 사랑을 받은 행복한 사람이지치지 않고 다시 시작할게요!!!

병아리 다시 날자!! 으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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