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공모전에서도 떨어지고, 드라마 일도 잘 풀리지 않고, 통장 잔고는 줄어들고… 하는 일마다 꼬이는 요즘.
오늘은 좀 왜 이러시냐고 너무 강하게 키우시는 것 아니냐고 주님께 따져보겠다며 온 성당.
불 꺼진 성당에서 몇 명 정도가 조용히 기도 중입니다.
“주님! 너무 하십니다.
올 한해 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세상 모두가 모른다 해도 주님께서는 아시잖아요.
요즘은 정말 버티기도 힘듭니다.
망가지지 않고 저 하나 지켜내기도 벅찹니다.
주님! 저는 얼마나 더 참아야 하는 겁니까?
남들은 잘 사는 것 같은데 저는 언제쯤 웃을 수 있을까요?”
울기까지 해버리면 내가 무능한 인간임을 인정해버리는 꼴이라 눈물을 꾹 참습니다.
‘여기서 나약하게 울면 진짜 바보 멍청이다. 울지마.’
입술을 삐쭉 내밀고 십자가를 노려보며 한참을 투정부리다 일어나서 가려는데 갑자기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말을 합니다.
“사실은 말이야. 모두 다 내 탓이야.
주님 탓이 아니야. 올 한해 나 비겁한 겁쟁이였어.
‘조금만 쉬었다 가도 돼. 나 그동안 열심히 일만 했잖아.
너무 바쁘게 살았잖아. 조금만 더 쉬었다 가도 돼.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 그냥 즐기며 살아.’
내게 핑계 대며 내 스스로가 멈춰있던 거야.
그렇게 나약해진 내 탓이야.
그리고 나보다 더 글 잘쓰는 사람 당연히 넘쳐났지.
공모전 당선된 사람들이라고 다 쉽게 그 자리까지 갔겠니. 어쩌면 처음 시작은 나보다 더 힘들었을거야.
그래도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잖아.
좋아서 하는 일이 꼭 잘하는 일은 아닐수도 있는거야.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것. 잊지마."
그래 그렇네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성당을 나와 지하 서점에 들렀습니다.
그 많은 책 중 내 눈에 딱 들어온 책 한권
구작가의 <그래도 괜찮은 하루>
청각을 잃어 들을 수 없고
시력마저 잃어 볼수도 없지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따뜻한 손이 있어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글을 읽고 꾹꾹 참았던 눈물을 기어이 쏟고 말았습니다.
서점 바닥에서 창피한줄도 모르고 펑펑 울고 나니 마음 속 먼지를 탈탈 털어버린것처럼 홀가분합니다.
'기도하러와서는 토라져 가는 제 뒷 모습이 어지간히 눈에 밟히셨군요.
토닥토닥 위로 받았으니 저 괜찮아요.
많은 사랑을 받은 행복한 사람이니 지치지 않고 다시 시작할게요!!!
병아리 다시 날자!! 으쌰~~~'